갤노트7 사태 계기로 반(反) 삼성 정서 대해 깊은 반성 및 분석 있어야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로 사상 초유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냉소적인 조롱이 많이 들린다. 왜 사람들은 삼성을 미워할까. 단순히 잘나가기 때문일까. 삼성은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똑똑한 사람들의 조언을 들을 기회가 많을 것이다. 전문가들의 말은 이미 넘쳐난다. 그래서 삼성과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삼성 인연이라면 휴대폰 고칠 때 삼성서비스센터 직원과 마주치는 것이 전부인 평범한 사람들의 말에 귀기울여봤다.
다양한 이유가 나왔지만 한 가지 공통적인 점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시장 참여자가 모두 삼성편이라고 느끼고 있다는 것이었다. 삼성과 맞붙으면 자신이 나가떨어질 것이란 두려움으로 삼성을 보고 있었다. 두려움은 쉽게 미움으로 바뀌는 감정이다. 중요한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반(反)기업정서로 똘똘 뭉친 이들이 아니라 평소 소비자 운동 같은 것에는 관심도 없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란 점이다.
이들 말에 100% 동의할 순 없었지만 일부 이해가 간다. 최근 이슈가 됐던 블랙컨슈머 사태가 떠올랐다. 지난 1일 한 갤럭시노트7 이용자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교환받은 제품이 폭발했다는 글과 동영상을 올렸다. 삼성 측은 즉각 제품을 회수해 SGS코리아와 한국산업기술시험원에 검사를 맡기고 하루 만에 “외부충격 탓”이라고 발표했다. “지금껏 단 한 건도 배터리 발화사고가 나지 않았다”는 멘트도 함께 보도됐다.
이 일처리 과정은 삼성이 소비자 신뢰를 살 수 있는 기회를 걷어차 버렸다. 백번 양보해 외부충격이 원인이었다고 하자. 하지만 사용자가 일부로 보상을 바라고, 그것도 아기가 있는 방에서 폰을 폭발시키는 모습을 연출했는지는 아직 모르는 상황이다. 또 외부충격에 폰이 발화하는 것 역시 달가운 상황은 아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 소비자는 블랙컨슈머로 낙인찍혔다. 삼성전자의 신속하고 단호한 입장정리가 결과적으로 그렇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블랙컨슈머로 낙인찍히는 이를 보며 자신도 저렇게 될 수 있을 것이란 공포감을 느꼈을 것이다. 만약 이렇게 입장이 나갔다면 어땠을까. “조사결과 외부충격이 원인으로 밝혀졌지만, 삼성 제품을 믿고 다시 선택해 준 이 소비자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해줄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할 것.”
삼성을 미워하는 이들을 ‘안티 삼성’이나 ‘반(反)기업 정서’란 단어로 간단히 정리해 버리면 당장은 편할 것이다. 하지만 매번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고 문제해결에도 도움이 안 된다. B2B(기업 간 거래)만 하는 기업이 아니고서야 소비에 직접 영향을 주고 실적과 직결되는 기업 이미지를 버리고 갈 순 없다. 사업을 하려면 정부 도움도 어느 정도 필요한데 정부 입장에서도 사랑 받는 기업보단 미움 받는 기업을 돕는 것이 부담일 수 있다. 애국심 마케팅도 사랑받아야 할 수 있다.
논리적인 명분이나 변명거리는 법정에서나 중요하지 시장에선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런 점에서 최근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관련 협력사들에게 재고물량을 전액배상한건 적절한 대처였다. 계산기 두드려 깍쟁이 같은 보상책을 내놨다면 돈은 돈대로 쓰고 욕만 먹었을 것이다. 일단 시장이 밉다고 느끼면 미운 것이다. 점점 더 치열해지는 이 시대엔 사랑받는 것도 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