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산업 부진과 현대제철 참여로 경쟁 과열 전망
국내 특수강 대표업체 세아베스틸 실적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자동차, 에너지 등 특수강 전방산업 업황이 부진한 탓이다. 게다가 3분기에는 최대 고객인 현대차가 파업으로 제품 생산에 차질을 겪어 세아베스틸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다음해부터 특수강 시장에 본격 참여하는 현대제철은 세아베스틸 실적에 중장기적 위험 요소다.
세아베스틸 실적이 거듭 줄고 있다.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세아베스틸 3분기 영업이익은 350억원 규모에 머물 전망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30% 넘게 하락한 수치다. 올해 들어 세아베스틸 영업이익은 크게 꺾였다. 분기별 영업이익은 1분기 355억원, 2분기 494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36%, 39% 급감했다.
세아베스틸 실적이 급감한 근본적인 원인은 전방산업 업황 악화다. 세아베스틸 매출 중 특수강이 차지하는 비중은 98%인데 이 중 40%는 자동차용, 20%는 조선용, 20%는 건설 사업 및 기계장비로 쓰인다.
이들 전방산업은 올해 대표적으로 업황이 부진한 산업이다. 자동차 시장은 현대차 파업, 수입차 디젤 스캔들 등 영향으로 규모가 줄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판매대수가 올 연말까지 지난해 대비 10만대 줄어든 170만대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한다. 조선 시장도 저유가가 이어지자 수주가 급감하는 등 실적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주력 제품의 수익성 악화도 세아베스틸 실적을 갉아먹었다. 올해 초부터 특수강 원료로 쓰이는 철 스크랩 가격은 톤당 1만원 올랐지만 특수강 판매가격은 공급 과잉으로 톤당 6만5000원 떨어졌다.
단기적으로 3분기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친 것은 현대차 파업이다. 현대차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24차례 노조 파업으로 생산 차질 규모가 완성차 약 14만2000대에 이르고 이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3조1000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이로 인한 세아베스틸 특수강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8% 줄었다고 분석한다. 세아베스틸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수치는 공개할 수 없지만 현대차 파업이 3분기 회사 실적에 손실을 입힌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향후 세아베스틸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요인들이 산제해있다는 것이다. 먼저 현대제철의 특수강 시장 진출이다. 2013년 특수강 시장 진출을 밝힌 현대제철은 다음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특수강을 생산할 방침이다. 이로써 현대제철은 쇳물부터 자동차까지 전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수직계열화를 이루게 된다. 현재 현대제철은 충남 당진 특수강공장에서 시험 생산과 제품인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세아베스틸의 자동차용 특수강 매출 중 현대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달해 현대제철의 시장 진출은 세아베스틸 실적에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 측은 “오랫동안 기술력을 쌓아온 세아베스틸의 물량을 우리가 대체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현대차에 세아베스틸과 현대제철이 50:50 비율로 특수강을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대부분의 현대차향 특수강 물량이 세아베스틸에서 현대제철로 옮겨갈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동국제강이 후판 사업에서 영향력을 잃은 것처럼 세아베스틸도 비슷한 상황 마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타개책으로 세아베스틸이 추진하고 있는 해외 매출 확대도 지지부진하다. 올해 2월 세아베스틸은 121억원을 투자해 미국 휴스턴에 첫 해외 판매법인 SGI를 설립했다. 해외 매출 비중을 20%로 늘리겠다는 회사 목표와 달리 이 비중은 15%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세아베스틸이 해외에서 주력하고 있는 에너지산업용 특수강 수요가 저유가 기조에서 줄고 있는 탓이다.
시장이 어려워지고 있지만 세아베스틸은 특수강 시장에 계속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세아베스틸 관계자는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것에 집중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 결국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과 해외 진출이 답이다. 이를 위해 전사적인 노력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