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금에서 주식·달러화로…불안한 경제 탓에 방향성은 불안정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자 채권과 금에 머물렀던 투자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 금리 인상에 대비해 채권형 펀드에서 돈이 빠져 나가고 있고, 달러 강세 조짐이 보이자 금 값이 하락하고 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불안한 경제 탓에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다시금 도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양방향을 고려한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한다.
채권형 펀드에서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 18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7일 기준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 최근 1개월간 1254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최근 1주일로 범위를 좁히면 이탈 규모가 2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지난 14일에는 하루만에 867억원이 빠져나갔다. 이는 최근 일주일 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2198억원이 순유입된 것과는 비교되는 부분이다.
국내 채권형 펀드는 안전 자산 선호 현상으로 인해 자금 유입이 지속됐었다. 국내 채권형 펀드는 연초 이후 7조4000억원이 유입됐다. 6개월 기준으로도 5조5202억원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국내 채권형 펀드는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18조원 가량이 빠져 나가는 동안 14조원이 유입되면서 채권형 펀드 투자가 대세로 떠올랐다.
채권형 펀드 투자는 세계 주요국들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추면서 각광을 받았다. 유럽과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고 미국 역시 제로 금리에 가까운 수준으로 금리를 낮췄다. 한국은행도 지속적으로 금리를 낮추면서 경기를 활성화 하는 정책 방향을 유지했다. 금리가 떨어지자 채권 가치가 올랐고 이는 채권 자산 선호 현상으로 이어졌다.
글로벌 경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인 것도 채권에 자금이 몰린 원인이 됐다. 올해만 해도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로 증시가 폭락했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 영향으로 세계 금융이 출렁였다. 채권은 주식이나 파생 상품에 비해 안정적인 자산으로 분류되며 투자자들의 장바구니에 담겼다.
실제 수익률도 채권형 펀드 수익률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을 넘어섰다. 설정일 기준 올해 초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0.77%인 반면 국내 채권형 펀드 수익률은 1.97%를 기록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최근 5년 이내 채권형 펀드 수익률보다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채권과 더불어 안전 자산 중 하나인 금 값도 떨어지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 가격은 지난 9월 23일 온스당 1341.70달러였지만 이달 7일 1251.90로 떨어졌다. 이는 최근 한 달 내 최저점이다. 통상 금리가 올라 금 결제 통화인 달러 가치가 오르면 상품인 금 가격은 하락한다. 세계 주요 6개국 통화에 대비 달러화의 평균적인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인 달러 인덱스는 최근 3개월 동안 3% 가량 올랐다.
다만 전문가들은 안전 자산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은 연초부터 금리 인상에 대한 메세지를 전달해왔다. 하지만 실제 미국은 기준 금리 인상을 연말까지 미룬 상태”라며 “그동안 대외 변수 탓에 증시가 출렁이는 등 잠재적인 위험 요소가 존재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미국 금리 인상에 맞춰 방향성 매매를 하는 것보다 자산 배분을 통해 위험을 회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