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축된 지방 부동산 시장까지 파급 염려…국지적 투기과열지구 지정후 제도 근본개선 바람직

올 초 분양한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견본주택 / 사진=삼성물산

 

서울 강남3구를 비롯한 부동산 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지난 주말부터 흘러나온 투기과열지구 지정 가능성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에 결단력을 주문하지만 정작 ‘서지컬(외과수술 방식)한 맞춤형 대책’, ‘제한적 대응’ 등을 입 밖으로 말을 내뱉은 정부는 파급력을 우려해 고심하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일 간 부동산 시장에서는 투기과열지구 재도입 가능성이 흘러나왔다. 이같은 전망은 지난 14일 “투자 목적의 수요로 과열현상이 계속되면 선별적인 안정시책을 강구하겠다”고 한 유일호 국토부장관의 국정감사장 답변에서부터 비롯됐다. 17일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 역시 “서울 일부 지역은 부동산 과열현상이 있는만큼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히며 투기과열지구 지정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투기과열지구는 해당 지역의 주택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현저히 높은 지역 가운데 주택에 대한 투기가 성행하고 있거나 성행 우려가 있는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국토부와 시‧도지사 등으로 구성된 주택정책심의위원회가 최종 지역을 결정하게 되면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수도권은 입주 때까지) ▲조합원 지분 판매 금지 ▲당첨자 5년 내 청약 1순위 자격 제한 ▲DTI, LTV 규제 강화 등의 제약을 받게 된다. 지난 2003년 도입됐지만 2011년 강남3구 지정해제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지정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강남3구 등 일부 시장의 과열현상에 대해선 모두 인정한다. 또 투기과열지구로 도입하는 검토작업이 이루어지는 게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김남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회장이자 참여연대 실행위원은 “‘그것(투기과열지구 지정)갖고 되겠나’라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하겠지만 ‘그거라도 해야 하나’라는 물음엔 맞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강남3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면 투기세력은 다른 지역에 가서 또다시 투기붐을 조성할 가능성이 높다. 1차적으로 강남3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고, 이후 선분양제도 개선 등을 통해 근본적 시스템 변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 역시 투기과열지구 지정의 장점을 부각했다. 노 연구원은 “투기과열지구는 이미 제정돼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지역을 지정만 하면 바로 효력이 발생한다. 입법화 등 국회를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여 바로 적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노 연구원은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적극 권장하기도 했다. 전국 부동산 시장 통제 정책을 펴면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은 지역의 경제를 더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부동산 시장의 형태는 예전처럼 하나의 형태가 아니라 재건축 시장과 지방 청약 시장 등이 양분화 돼 있다. 과거처럼 강남3구가 전국 시장을 이끄는 형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노 연구원은 “향후 활발하게 적용해야 할 방침 중 하나라고 본다. 실제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부동산 정책이 전국 전체에 파급력을 미치는 게 아니라 강남3구, 지방권 등 국지적으로 가볍게 움직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많은 전문가들이 투기과열지구 선정을 찬성하지만 정작 정부는 파급력에 따른 전국 부동산 시장 침체를 우려해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구역으로 지정되면 입주 시기까지 분양권을 팔 수 없다. 전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시장조사업체 관계자는 “분양권 전매 금지, 청약 1순위 5년 간 금지 등의 문제는 과도한 규제라는 우려가 있다. 국지적 시행이어도 과도한 규제여서 인근 시장에까지 부작용을 미칠 것을 염려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 연구원은 “기존 움직임 그대로 적용하면 정부도, 시장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분양권 전매금지를 입주시가 아닌 1년 이내 등으로 변경해 유연하게 적용하거나, 규제항목을 취사선택을 해 지정하는 방식으로 적용하면 시장을 꺼뜨리지 않고 투기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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