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 상근부회장 퇴임 선행해야 신뢰"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창구 역할 등 정경유착 논란 중심에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대한 해체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정치권의 거센 압력 속에 전경련은 자체 개혁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자체 개혁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관측된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17일 전경련 해산 촉구 결의안을 대표 발의했다. 심 대표는 발의안 제출 직후 취재진과 만나 "전경련은 구시대 표상이자 유물로 전락했다"며 "기업 혁신과 발전을 위해서도 전경련 해산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경련은 이미 순수한 경제단체가 아니다"며 "기업들이 탈퇴하고 해산하고 싶어도 정권 눈치 때문에 해산할 수 없다"며 "그래서 정치권, 특히 국회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의안에는 여야 의원 75명이 서명했다. 원내 1~2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의원들은 개별 동참했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는 해체 결의를 당론으로 정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16일 기자간담회에서 "해체에 준하는 개혁이 필요하다"면서도 "개혁은 내부에서 진행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누리당에서는 김용태 의원이 동참했다. 심 대표는 "새누리당 의원들 중에는 상당수가 '내가 서명은 안 하지만 본회의에 상정되면 찬성투표를 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오신 분들이 많다"며 "여야를 초월해 기업 발전과 한국 경제 회생을 염원하는 국회의원들의 공통된 인식"이라고 말했다.
실제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도 지난 12일 국정감사에서 전경련 해체 필요성을 언급하며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같은 당 이혜훈 의원도 수차례 전경련 역할 회의론을 지적한 바 있다. 보수층에서도 전경련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한 때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로 통한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도 경제개혁연대와 함께 전경련 해체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이날 정경유착 근절을 위한 3법(일명 전경련법)을 대표발의할 예정이다. 전경련법은 비영리 법인 회계 투명성과 사업보고를 의무화하고 해당 법인이 기업으로부터 강제 모금과 같은 부적절 행위를 할 경우 주무부처가 해산을 명할 수 있게 했다. 또 재벌들이 경제적 이익을 위해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공공기관이 전경련 같은 이익단체 탈퇴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 의원은 "전경련법을 계기로 재벌과 정치권력은 국민이 기대하고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인식하고 향후 정경유착 고리를 끊고 어떻게 투명한 사회를 만들어 국가경쟁력을 제고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의 이 같은 해체 압박은 전경련 스스로 자초한 면이 크다. 전경련은 최근 들어 더욱 노골적으로 정치적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 재벌 이익단체로서 정부·국회를 상대로 재벌 이익을 대변해 온 행태를 넘어 여권에 동조하는 모습을 수차례 보였다.
미르·K스포츠재단 사건 이전에도 극우단체 어버이연합에 뒷돈을 지원한 것이 올해 초 드러나며 야권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그동안 어버이연합이 집회 등을 통해 주로 야권 인사들을 공격할 때마다 자금 출처가 논란이 됐기에 비난은 더욱 거셌다. 전경련은 당시에도 사회적인 진상규명 요구 목소리에도 "확인해줄 수 없다"는 공식입장만 되풀이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