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점진적 금리인상 필요"…한은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올해 미국 금리인상 의지를 재확인했다. 옐런 의장은 "금리인상이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기준금리를 둘러싼 한국은행 고민도 한층 더 깊어지게 됐다.
옐런 의장은 14일(현지시각)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연은) 주최 경제 콘퍼런스에서 "완화적 통화정책을 너무 오래 유지했을 때 금융체계나 가격 안정성 측면에서 이익을 초과하는 비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옐런 의장 발언을 두고 업계는 저금리 정책이 장기화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 때문에 점진적인 금리인상을 예고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옐런 의장은 0.25∼0.5%인 미국 기준금리를 올해 안에 올리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내비친 바 있다. 앞서 옐런 의장은 지난달 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할 때 "대부분 위원이 올해 연방기금금리를 한 차례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실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옐런 의장의 발언 이후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은 총재 역시 "미 경제가 예상대로 진전된다면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본다"고 밝혀 연내 인상 가능성을 재확인했다.
옐런 의장의 이같은 발언에 기준금리를 둘러싸고 한은의 고민은 한층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지난 13일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1%포인트 낮춘 2.8%로 조정한 바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와 전승철 한은 부총재보는 경제 기초체력인 잠재성장률도 2%대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생산중단, 현대차 파업, 경남지역 지진·태풍이 맞물리면서 국내 경기는 예상치 못한 악재들에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이다.
이에 국내 경제 저성장 우려로 경기 부양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주체들은 향후 시장을 중심으로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일 줄 모르고 있어 한은이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지 못하는 상황이 길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경기 부양 차원에서는 완화적 통화정책이 필요하지만 금리인하에 따른 13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이자 부담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 경제 상황을 보면 한국은 금리를 인하해야 하지만 미 금리인상으로 인한 자본유출을 우려된다"며 "미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한은도 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금리 인하 요구가 여전히 높아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한은이 내년 1분기까지는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하며 경제 상황을 관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미국이 금리인상을 실제로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 외환보유액 등 대외건전성이 높아 내년까지 금리 동결로 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한은은 미국이 연내 금리를 인상할 경우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수출기업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출과 투자 감소 등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미 금리인상 후폭풍을 조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외경제연구원(KIEP)은 '예상되는 미국 금리인상의 국내 파급효과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국이 1년 국채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경우 우리나라에 투자된 주식 자금은 3개월 후 3조원이 유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미국 장기금리의 급격한 변화가 국내 금융시스템 불안요소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가계 및 기업 대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