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평택 장안동 6가구 원인 모를 단수로 고통… 2년전 완공된 KTX 공사 탓 의심

장안동 장안웃길을 따라 사는 주민 6가구는 지난달부터 때 아닌 ‘물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장안웃길 89에 사는 김철환(54)씨네 수도의 수압이 한 달 전부터 부쩍 약해졌다. / 사진=최형균 기자

 

경기 평택 장안동 장안웃길 89에 사는 신경숙(49)씨는 최근 물 쓰기가 무섭다. 8월부터 수압이 약해지기 시작하더니 보름 전부터는 물이 거의 안 나온다. 깊이 2m 물저장 탱크는 겨우 10​ 가량 차있다. 근처에서 작은 슈퍼를 운영하는 김기수(60·가명)씨도 마찬가지 상황을 겪고 있다. 그는 보름 전부터 “물이 약해져 물탱크에 채워놓은 물을 조금씩 사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장안동 장안웃길을 따라 사는 주민 6가구는 지난달부터 때 아닌 ‘물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거주민들은 지하수 천공업체에 3000만원을 지급하고 땅을 뚫었다. 300m 밑으로 내려가도 물이 나오지 않자 업체 관계자는 “여태 사용하던 지하수가 한 번에 마른 건 이상하다. 고속철도로 지하수가 유실된 것 같다”고 말했다. 10년 전 직접 이 곳에 집을 짓고 살고 있는 김철환(54)씨도 “10년 넘게 잘 사용하던 지하수가 갑자기 나오지 않는다. 원인이 이것 말고 더 있겠느냐”고 말한다.

거주민들은 물이 끊긴 원인으로 2년 전 완공된 KTX 수서-평택 간 고속철도 6-2공구 공사를 지목한다. 2012년 하반기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하고 현대산업개발공사가 시공한 고속철도 6-2공구는 평택 장안동 국제대 운동장 오른편을 관통한다.

철도시설공단은 고속철도가 지나가는 길목에서 지하수를 빼내고 지역주민에게 가구당 800만원씩 보상했다. 이어 지하수를 대체할 관정을 뚫어 주민들의 물 사용에 차질이 없도록 했다. 장안웃길에 사는 6가구는 공사 지점에서 약 450m 떨어져있다. 철도시설공단이 보조금을 지급한 지역은 공사 지점 100m 이내다.

필수 공공재인 물을 맘껏 사용하지 못하는 이들은 있지만, 이들의 필요에 관심 있는 곳은 없다.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해당 지역은 공사 지역과 거리가 멀고, 단수가 된 시기도 터널굴착 마무리 후 2년이 지난 후라서 연관성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한다.

평택시도 아무런 대책을 제시하지 못 하고 있다. 평택시 관계자는 “올해 가뭄으로 지하수가 마른 것 같다”며 “상황이 지속되면 거주민들이 자부담해 인근한 마을 수도관에서 물을 끌어 써야한다”고 말한다.

한 주민은 단수 원인을 묻다가 억울한 일도 겪었다. 신경숙씨는 지난10일 ​단수 원인을 듣기 위해 철도시설공단에 전화했다. 철도시설공단 측은 수도권고속철도건설단 건설부 A 차장을 안내했다. 원인을 묻는 신씨의 질문에 A 차장은 담당자를 바꿔주겠다며 “저번엔 어떤 새끼가 전화하더니, 이번엔 계집애가 전화했네”라고 말했다. 화가 난 신씨는 전화를 건네받은 개통관리부 B 과장을 몰아붙였다. B 과장은 “직접 욕한 것도 아니잖냐”며 대꾸했다. 신씨는 “물이 안 나오는 것도 억울한데 공기업 직원에게 욕설까지 들었다”고 울분을 토한다. 


철도관리공단 10일 오후 감리단을 보내 단수 원인을 조사했다. 조사 후 감리단 관계자는 “고속철도 공사로 인한 단수가 아니다”고 결론지었다. 추후 보상 조치는 없을 예정이다.

거주민들은 임시방편으로 인근 은혜중·​고등학교 상수도에 수도관을 이어서 물을 끌어다 쓰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한 지역 주민은 “학교 측이 허락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한다. 학교 관계자는 “더 조사가 필요하다. 아직 협의 중인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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