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코발트·칼륨·텔루륨 등…그린에너지 부상으로 관련 광물 확보 경쟁 치열

이차전지, 태양광발전 등 그린에너지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그린에너지 설비의 원재료인 ‘녹색 광물’의 중요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기존 화석원료와 달리 녹색 광물은 수급이 여의치 않아 이를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사진은 칠레 리튬생산업체 SQM 리튬 염호 전경./ 사진=SQM

 

이차전지, 태양광발전 등 그린에너지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그린에너지 설비의 원재료인 녹색 광물의 중요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녹색 광물은 기존 화석원료와 달리 수급이 여의치 않아 이를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자원 수입국을 중심으로 대체재 개발, 리사이클링 등 새로운 시도도 등장하고 있다.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에 녹색 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LG경제연구원은 12그린에너지 시대의 새로운 자원 전쟁이라는 보고서에서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차전지, 전기차, 태양광발전 등에 이르는 그린에너지 관련 시장이 견조하게 성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그린에너지 설비에 주로 사용하는 원재료인 녹색 광물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차전지에 사용하는 리튬과 코발트, 터빈과 전기모터에 사용하는 희토류, 태양전지에 사용하는 갈륨과 텔루륨이 대표적인 녹색 광물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신재생에너지 투자액은 사상 최고치인 3490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14년 대비 11% 늘어난 수치다. 올해 상반기 전기차 출하량은 31209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0% 넘게 뛰었다.

 

석탄과 석유 등 화석원료가 연료로 쓰이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일례로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5월 석탄과 오일샌드 등 화석원료 투자를 전격 중단했다. ‘에너지혁명2030’의 저자 토니 세바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교수는 오늘날의 에너지와 자동차는 2030년엔 없다고 말한다.

 

이처럼 친환경에너지가 주목을 받는 가운데 원재료인 녹색 광물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2025년 리튬 수요가 현재 3배 수준으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리튬과 함께 이차전지 핵심 원료인 코발트 수요는 같은 기간 2.3배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녹색 광물에 대한 급증하는 수요에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소수 국가나 기업이 녹색 광물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튬의 경우 칠레 SQM, 미국 FMC, 알버말·락우드 등 세 업체가 세계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생산량을 조절해 리튬 가격을 높게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리튬 가격은 최근 급등했다. 금속가격업체 아시안메탈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까지 리튬 가격은 줄곧 40위안 수준에 머물렀지만 올해 1100위안을 넘기더니 3월에는 142위안까지 치솟았다. 1년도 채 안돼 3배 넘게 뛴 것이다.

 

희토류의 경우 2010년 중국이 환경보호를 이유로 수출 쿼터를 강화하자, 가격이 20111월에서 7월 사이 5배 넘게 올랐다. 중국 정부가 이 같은 조치를 동일하게 취한 갈륨 가격도 같은 기간 2배 넘게 올랐다. 중국은 희토류와 갈륨 세계 생산량 중 95%, 70%를 차지한다.

 

김경연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요 생산국이 수출 가격 상승을 위해 공급을 조절하거나 자국 그린에너지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수출을 제한하면 녹색 광물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주요 선진국과 신재생에너지 업계에서는 자원 확보에 박차를 기울인다. 6월 중국 최대 국영 기업인 시틱(CITIC)은 리튬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SQM 지분을 사들였다. 호주 광산업체 리오틴토는 세르비아에 신규 리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 수요의 10%를 공급할 수 있을 전망이다. 중국 광산업체 낙양몰리브덴은 구리와 코발트를 확보하기 위해 5월 콩고 텡케풍구르메 광산을 인수했다. 호주, 미국 기업들도 희토류 확보를 위해 투자를 늘리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자원 수입국은 대체재를 개발하거나 리사이클링으로 녹색 광물 사용을 줄이고 있다. 일본의 경우 신에너지개발기구(NEDO)를 중심으로 파나소닉, 히타치 등 기업들이 참여해 이차전지에 희토류 사용량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일본 미쯔비시, 도시바 등 전지전자 기업들은 자사가 생산한 제품 혹은 생산 공정에서 나온 스크랩에서 중요한 재료를 뽑아 다시 사용한다. 미국 테슬라가 미국 네바다에 짓고 있는 기가팩토리는 자체적인 리사이클링 설비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녹색 광물을 확보하려는 국가와 업체 간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지만 우리 정부나 업체들은 이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반기 생산을 시작하는 포스코 아르헨티나 리튬 공장이 거의 유일한 녹색 광물 확보 움직임이다. 김경연 연구위원은 기초 재료나 광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녹색 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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