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분기별 실적서 LG화학 제쳐, 3분기 격차 더 커질 듯…화학사업 호조 이어져

롯데케미칼은 올해 화학업계 실적 1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업계 1위를 지켜오던 LG화학과 영업이익 격차를 점점 벌리고 있다. 신성장 동력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지만 당장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LG화학과 달리 롯데케미칼은 업황이 좋은 에틸렌 기반 제품 생산에 집중하고 있는 까닭이다. 사진 왼쪽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오른쪽은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 사진=시사저널e

롯데케미칼이 영업이익에서 올해 화학업계 1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지난해까지 업계 1위를 지켜오던 LG화학이 롯데케미칼에 밀리면서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신성장 동력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지만 당장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LG화학과 달리 롯데케미칼은 업황이 좋은 에틸렌 기반 제품 생산에 집중하고 있는 까닭이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3분기 롯데케미칼은 매출 약 3조4000억원, 영업이익 약 6500억원을 올릴 전망이다. 반면 LG화학은 매출 약 5조3000억원, 영업이익 약 50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매출은 LG화학이 높지만 영업이익은 롯데케미칼이 앞선다. 통상 국내 화학업계 1위로 LG화학을 꼽지만 올해 두 회사의 위치가 바뀌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 양상은 올해와 사뭇 달랐다. 지난해 LG화학은 영업이익 1조8236억원을 올렸다. 롯데케미칼 영업이익 1조6112억원 대비 약 2000억원 높은 수치다. LG화학은 3분기를 제외한 나머지 분기에서 화학업계 영업이익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1분기 롯데케미칼이 영업이익 4736억원을 기록해 LG화학 영업이익인 4577억원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2분기 두 회사 영업이익은 롯데케미칼 6939억원, LG화학 6125억원으로 더 벌어졌다. 3분기 격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계에서는 올해 롯데케미칼의 영업이익 1위 달성은 기정사실이라고 평가한다. 롯데케미칼 영업이익 전망치는 2조3000억원에 달하는 반면 LG화학은 2조원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두 회사의 위치가 바뀐 이유는 롯데케미칼과 LG화학이 추구하는 사업의 방향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LG화학은 박진수 부회장 체제에서 비화학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올해 3월 기자간담회에서 박진수 부회장은 “에너지, 물, 바이오가 회사 신성장동력”이라고 말하며 향후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다. 실제 LG화학은 올해에만 바이오업체 팜한농과 계열사인 LG생명과학을 인수하고 폴란드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는 등 막대한 자금을 신사업에 쏟고 있다. 이로 인한 LG화학 총 매출 중 화학사업 비중은 2014년 75.6%, 2015년 71.6%, 2016년 상반기 70.2%로 감소하는 추세다.

문제는 비화학사업에서 당분간 수익을 얻기 힘들다는 점이다. 일례로 LG화학은 팜한농 인수 후 회사 재무구조 안정을 위해 3000억원을 투자했지만 하반기 팜한농의 적자는 불가피하다. 게다가 계열사인 LG전자 스마트폰 매출 부진과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규제로 전지사업 역시 적자를 이어갈 전망이다.

반면 롯데케미칼은 화학사업에 집중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롯데케미칼 매출 98%는 화학사업에서 나와 사실상 모든 매출을 책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역내 화학제품 업황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저유가로 원재료인 납사(Naphtha) 가격이 낮게 형성됐지만 에틸렌 기반 화학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 제품 가격은 높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화학제품 생산에 집중하고 있는 롯데케미칼에 유리한 구조인 셈이다.

게다가 11월 현대오일뱅크와 합작 설립한 현대케미칼 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면 롯데케미칼은 원재료를 합작법인으로 직접 받아 써 약 300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볼 전망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롯데케미칼은 삼성SDI 케미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등 삼성그룹 화학사를 3조원에 모두 인수했다. 롯데케미칼의 사업 방향은 화학사업의 규모를 키우고 제품군을 늘리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의 업계 1위 자리는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화학제품 업황 호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노우호 메리츠종금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의 화학제품 스프레드가 꾸준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최근 부진했던 부타디엔도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뛸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따라가는 입장이 된 LG화학은 신성장사업의 실적 안정화가 우선이다. 다만 빠른 시일 내 이를 이루긴 어려워 보인다. 한 금융업계 연구원은 “팜한농과 LG생명과학 인수 효과가 단기간에 나타나기 힘들다. 회사 성장은 전기차 배터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 역시 시간이 더 필요하다. 경쟁사들이 신규투자나 인수합병으로 키울 때 화학사업에 대한 투자가 미흡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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