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미르재단 통한 정부-대기업 간 유착 의혹도 제기…전경련 이승철 '회피적' 답변태도 질책

조경태 국회기획재정위원장과 간사인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 답변과 관련해 논의를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을 두고 여야가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충돌했다. 정부·여당은 현 경제상황에서 법인세 인상은 경제활성화에 방해가 된다고 반대 입장을 보였다. 반면 야당은 법인세 필요성을 강조하며 미르·K스포츠재단을 통한 정부·재벌 간 유착을 의심했다.

 

추경호 새누리당 의원은 "현 경제상황이 경기침체기로 세제 정책과 재정 통화 정책 모두 확장적으로 운영해야 된다"며 "법인세가 인상될 경우 경제활성화 발목 잡기가 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증세도 순서는 동일한 재원 마련에 있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가장 작은 것부터 고려해야 한다"며 "법인세 인상은 정부 재원마련을 위한 수단들 중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추 의원은 "주요국이 경쟁적으로 법인세를 인하하고 있다. 우리나라만 법인세를 인하할 경우 기업과 투자자금 이탈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인세가 오르면 결국 소비자, 근로자, 주주 등에게 전가된다"며 "법인세 인상은 결국 국민 증세이고, 일자리 축소 증세"라고 덧붙였다.

 

같은 당 김광림 의원도 국내외 역사적 상황을 고려할 때 법인세 인상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그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법인세를 인상한 나라는 한 곳도 없다"며 "그리스나 멕시코처럼 나라 살림이 거덜 나서 외부 요구로 올린 나라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내에서도 1967년도 45%에서 꾸준히 인하해서 지금까지 왔다. 심지어 이 정부에선 내린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저한세율 도입 이후 실효세율이 지난해 19.2%까지 올라갔다"며 "이 추세를 따라가면 조만간 20%까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현 경기 상황과 국제경쟁력을 고려할 때 법인세 인상 시기는 아니라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며 "대기업 실효세율이 올랐기 때문에 법인세 인상을 고려할 때가 아니다"고 새누리당과 입장을 같이 했다.

 

반면 야당은 미르·K스포츠재단 문제를 근거로 법인세 필요성을 강하게 역설했다. 대기업들이 준조세 성격의 돈을 미르·K스포츠단에 내며 암묵적으로 법인세 등의 정책적 도움을 받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나라 법인세가 주요 국가들보다 명목세율이 낮을 뿐만 아니라 실효세율이 낮은 이유는 각종 공제나 감면으로 인해 기업들이 많은 특혜가 이루어지고 있기때문"이라며 "과도한 공제나 감면도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부경 의원은 "세계 유수 기업들은 한국 기업보다 법인세가 더 높은 환경에 있다"며 "증세가 필요하면 국가로부터 혜택 받는 대기업이 먼저 부담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선 더민주 의원은 "미르·K스포츠재단은 지금까지 모금한 것 외에도 내년, 내후년까지 기부금 모집 계획을 세웠다. 합하면 100억원대 재단이 된다. 심지어 앞으로도 회비 명목으로 걷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전했다. 그는 "이는 법인세 1%에 해당하는 금액"이라며 "이걸 받고 정부가 법인세를 깎아줬다면 배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회비를 낸 대다수 기업이 정부 도움이 아쉬운 입장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완전히 부패 클럽"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매출액 기준으로 돈을 낸 다른 그룹과 달리 대한항공만 이보다 적은 10억원을 냈다"며 조양호 회장이 평창올림픽조직위원장을 그만두고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가게 된 것도 이 같은 영향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은 "재벌들이 회사 이름으로 수십억~수백억원을 내놓을 때는 거기에 상응하는 무엇인가를 바라는 게 당연하다"며 "법인세 정상화 반대를 관철해주기로 청와대와 암묵적 합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송영길 더민주 의원은 "재벌 총수 마음대로 몇백억원씩 주나. 청와대가 주도하지 않는 한 어떻게 가능하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국감 일반 증인으로 출석한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미르·K스포츠단 의혹과 관련된 의원들의 질의에 회피성 발언으로 일관해 야당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이 부회장은 의원들의 민감한 질문에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답변할 수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는 다만 청와대 주도 의혹에 대해선 "기업들 개별 판단"이라고 답했다. 또 일본 사례를 들며 전경련을 대한상공회의소와 통합해야 한다는 야당 의원 지적에 대해선 "노사관계가 안정이 돼 굳이 사용자단체가 필요 없어진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이 같은 이 부회장 답변 태도에 박영선 의원은 "이 부회장 뒤에 권력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본인이 권력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이것이야말로 부패한 권력의 상징"이라고 맹비난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도 "매우 오만하다"고 비판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사진=뉴스1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