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에너지 장관 “감산 고려 안 한다”…최대 국영기업 CEO "생산량 늘릴 것“ 한술 더떠
러시아가 산유량 동결을 검토 중이지만 감산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정책에 동참할 준비가 됐다고 말한 지 하루 만에 나온 발언이다. 게다가 국영 에너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오히려 증산 계획을 발표해 러시아의 감산 여부가 ‘안갯속’에 빠졌다.
11일(이하 현지시각)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우리는 생산량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안만을 검토하고 있다. 감산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OPEC 감산 동참 발언을 뒤집은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10일 세계에너지총회(WEC)에서 “우리는 감산에 동참할 준비가 됐다”며 “원유 공급과잉이 이어지면 산유국은 심각한 재정적자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이고르 세친 로스네프트 CEO는 감산은커녕 동결조차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로스네프트는 러시아 최대 에너지 국영회사로 러시아 원유 생산 40%를 차지한다. 그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OPEC 정책에 따르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 원유 생산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OPEC은 지난달 알제리에서 열린 비공식회의에서 8년 만에 감산 합의를 이뤘다. 하루 산유량을 3350만배럴에서 3250~3300만배럴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OPEC은 다음달 오스트리아에서 열리는 공식회의에서 회원국별 감축 할당량을 나누는 등 세부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감산 가능성을 낮게 점친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러시아가 감산에 동참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국제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 모두 11월 감산 합의를 이룬 후에도 이를 지킬 가능성 낮다. 올 하반기 국제유가는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의 감산 동참 가능성이 낮아지자 국제유가는 하락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대비 0.56달러 하락한 배럴당 50.79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북해산 브렌트유(Brent)는 전날대비 0.73달러 빠진 배럴당 52.4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러시아 감산 동참 기대감이 떨어지고,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달 OPEC 원유 생산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하자 국제유가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