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박진수, 기술 경쟁력으로 수주금액 1위…삼성SDI 조남성, 갤럭시노트7 사태로 휘청

올해 LG화학과 삼성SDI 모두 배터리사업에서 적자를 이어갈 전망이지만, 그 흐름은 사뭇 다르다. LG화학은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적자 규모를 지속 줄이고 있다. 게다가 LG화학은 업계 최초로 세계 4개 지역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 기지를 확보했다. 반면 삼성SDI는 갤럭시노트7 배터리 폭발 사고로 중대한 타격을 입었다. 적자 폭 확대는 물론 회사 이미지도 크게 악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 왼쪽은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오른쪽은 조남성 삼성SDI 사장. / 사진=각 사 홈페이지

 

올해 LG화학과 삼성SDI 모두 배터리사업에서 적자를 이어갈 전망이지만, 그 흐름은 사뭇 다르다. LG화학은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대규모 수주 확보로 적자 규모를 지속 줄이고 있다. 게다가 올해 LG화학은 업계 최초로 세계 4개 지역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 기지를 확보했다. 반면 삼성SDI는 갤럭시노트7 배터리 폭발 사고로 중대한 타격을 입었다. 적자 폭 확대는 물론 회사 이미지도 크게 악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수주금액 36조원으로 세계 1위 자리 확보한 LG화학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2014년 1월 회사 부회장 겸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박진수 부회장은 회사의 새로운 먹거리로 에너지·물·​바이오를 꼽았다. 에너지 부문 중 전기차 배터리사업 육성에 힘을 쏟았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예는 올해 1월 첫 공식 일정이었던 박진수 부회장의 충남 오창 배터리 공장 방문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미래가치 창조에 온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현지 임직원을 독려했다. 


박진수 부회장 취임 후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10월 중국 난징(南京)에 전기차 5만대 생산이 가능한 배터리 공장을 지은데 이어 이번 달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전기차 10만대 규모 공장을 기공했다. 이로써 LG화학은 업계 최초로 한국, 미국, 중국, 유럽 등 전기차 배터리 수요 90%를 차지하는 4개 지역 모두에 생산 설비를 갖추게 됐다. 연간 생산량은 전기차 29만대분에 달할 전망이다.

LG화학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을 보면 LG화학(17%)은 일본 AESC(24%)에 이어 2위지만, 수주 물량을 합치면 1위로 올라선다. GM, 포드, 아우디 등 완성차업체 29곳과 계약한 수주 금액이 36조원에 달한다. LG화학 측은 “2020년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만 매출 7조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한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출시 예정인 GM 볼트(Bolt)와 르노 조에(Zoe) 흥행 여부가 LG화학의 초반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중요할 것이라고 본다. 이지연 LIG투자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GM 볼트 판매량과 중국 규제가 LG화학 실적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다만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발전 가능성이 커 수익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갤럭시노트7 폭발로 실적 악화 및 이미지 하락한 삼성SDI

배터리 사업에 ‘올인’하기로 결심한 삼성은 2014년 12월 전자공학 전문가인 조남성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후 삼성SDI는 케미칼 부문을 매각하고 2020년까지 배터리 사업에 3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1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조남성 사장은 "2020년까지 대규모 투자로 당사 자동차 배터리 사업을 글로벌 초일류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투자 여력이 충분한 삼성SDI는 조남성 사장의 지휘 아래 투자를 이어갔다. 지난해 10월 중국 시안(西安)에 전기차 3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배터리 공장을 설립했다. 앞선 5월에는 자동차 부품사 마그나의 전기차 배터리팩 사업을 인수삼성SDI 배터리시스템스(SDIBS)을 공식 출범했다. 기술력을 인정받자 주요 완성차업체인 BMW, 크라이슬러와 수주를 맺기도 했다. 이어 올해 8월 삼성SDI는 헝가리 괴드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 착공을 발표해 글로벌 3각 생산체계를 갖췄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달 일어난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폭발 사건으로 삼성SDI는 치명상을 입었다. 삼성전자는 배터리를 스마트폰의 발화 원인으로 지목하고 갤럭시노트7에 삼성SDI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배터리 폭발로, 삼성SDI는 중대형배터리 사업 적자에 소형배터리 사업 적자까지 더해지는 구조가 돼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SDI가 처한 상황은 첩첩산중”이라며 “중대형배터리 매출이 둔화된 상황에서 전분기 흑자전환한 소형배터리 사업이 다시 적자로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갤럭시노트7 폭발 이슈는 향후 삼성SDI 배터리가 갤럭시8에 탑재되는 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두 회사 공통의 고민…중국 정부의 ‘배터리 인증’

올해 배터리사업 부문에서 희비가 갈렸지만 두 회사가 함께 마주한 장애물도 있다. 중국 정부의 ‘배터리 인증’이 늦어지고 있다. 당초 중국 정부의 제5차 배터리 인증이 8월 중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하염없이 미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증에 한 달 넘게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국내 업체가 인증을 받긴 어려울 것으로 관측한다. 인증을 받지 못한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데, 보조금이 전치가 가격의 50%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인증 실패는 판매 불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 투자사 메릴린치에 따르면 올해 기준 중국은 세계 전기차 시장점유율 51%를 차지하고 있는 최대 시장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배터리사업에서 LG화학이 삼성SDI에 앞서있다고 말한다. 유신재 SNE리서치 상무는 “소형배터리 점유율은 삼성SDI가 앞서고 있지만 전기차에 들어가는 막대한 배터리 용량을 감안하면 중대형배터리 경쟁력이 높은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이 우세를 점하고 있다”며 “다만 전기차 배터리사업은 초기 단계다. 향후 변수에 따라 충분히 시장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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