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권 전매제한·청약통장 가입요건 강화 필요…소유·투자에서 거주로 주거 패러다임 바뀌어야"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집필한 ‘용의자X의 헌신’이란 추리소설에 이런 질문이 나온다. “사람이 풀기 힘든 문제를 만드는 것과 그것을 푸는 것, 어느 것이 더 어려울까.” 한국 부동산 시장에도 되물을 수 있는 문장이다. 역대 정권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과 무관하게 주택 시장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재건축 시장을 필두로 오름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부채도 1200조를 넘어서며 사상최대를 잇달아 경신하는 상황이다.
인터뷰를 진행한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부장은 부동산 시장에 대한 해법으로 분양권 전매규제 강화‧청약통장 가입자격 강화를 해법으로 든다. 장기적으로 후분양제, 분양원가 도입을 통해 부동산 시장 안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11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회의실에서 최승섭 부장을 만났다. ‘국내 부동산 과열’이란 난제를 풀 해법을 제시하는 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경실련은 지난 9월 7일 발표한 논평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 선회를 요구했다. 정부가 공급조절 방안을 통해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고 있다는 논점이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수요제한 정책을 도입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라 보는가
-부동산 시장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뿐만 아니라 부동산시장 하향 안정을 바란 정부는 드물다. 정책관료와 언론, 건설사들이 주택가격 하락을 반기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부동산 정책인 부동산 전매제한‧청약통장 가입자격 강화가 실현되지 않는 이유다. 정부는 이들 정책을 도입시 부동산 시장 하락으로 전체 경제까지 침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여기고 있다. 정권 말기 경제적으로 큰 위험성을 무릅쓸 이유가 없는 것도 한 이유라 생각한다.
정부가 발표한 ‘8.25 가계부채 대책’은 부동산 시장 규제방안이 포함됐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를 가계부채 대책으로 칭하는 것과도 연관성이 있나
-1200조를 넘는 가계부채는 심각한 상황이다. 언론은 물론 국민도 이를 인식하고 있다. “정부가 가계부채를 신경쓰고 있다”는 모양새만 갖추면서 반대쪽으로 주택가격 하락 우려를 종식하기 위해 공급관리 방안이 나온 것이다. 그렇기에 주된 목적인 부동산 시장 규제책은 물론 명칭도 달리 한 것이다.
분양권 전매제한‧청약통장 가입자격 강화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분양권 거래시장은 정상적 주택거래 시장이 아니다. 여러 단계 손바뀜이 일어나면서 웃돈이 붙고 투기 대상이 되는 게 분양권 시장이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지만 자가주택 보유율은 60%가 안 된다. 자산증식과 자녀 양도, 전월세로 내놓기 위해 투자가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분양권 전매제한과 청약통장 가입이 쉽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와 맞물려 장기간 무주택자 등 정말 집이 필요한 이들이 집을 구하기 어려워진다. 일례로 지방의 경우 청약통장 1순위가 가입요건이 간단하다. 분양권을 사더라도 6개월만 지나면 다시 1순위 가입자가 된다. 정말 집이 필요한 청년층, 장기 무주택자를 위해서 분양권 전매제한과 청약통장 가입요건 강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분양권 시장에서 실수요 대비 투자비율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순 없나
-최근 인기 재건축 단지인 서울 송파구 소재 ‘송파 헬리오시티’의 경우 기존 분양권의 60%가 손바뀜이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인기 재건축 단지는 30~40% 가량의 손바뀜이 나타났다. 해당 비율을 실수요가 아닌 투자비율로 보는 것이 맞다고 본다. 분양권 시장에서 투자비율을 정확히 알기 위한 정부 방안도 필요하다. 특정 단지 손바뀜 데이터는 사업시행자만 안다. 이를 친한 언론사가 얻어 보도해야만 투자비율을 알 수 있다. 공식적 데이터를 정부가 공개해야 하는 부분이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분양권 거래량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 보는가
-분양권이 돈이 된다는 인식을 사람들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약가입을 부채질하는 환경도 한몫 한다. “웃돈이 몇억 붙는다. 너도 청약해라. 돈 된다”고 유혹하는 것이다. 환경적 요소 등이 종합되면서 분양권이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고 본다.
정부가 총부채 상환제(DSR) 도입 검토, 시중은행별 DTI 적용을 주문했다. 부동산 정책이 발전하고 있다고 보는가
-DSR 도입은 긍정적이라 본다. 진작에 도입됐어야 할 정책이라 본다. 시중은행별 집단대출 DTI 도입 검토도 마찬가지다.
다만 집단대출 DTI 적용을 정부 정책이 아닌 개별 은행에게 주문한 것은 문제라 본다. 비겁한 책임 떠넘기기다. 가계부채 감축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반대쪽으로 가계부채를 늘리는 정책을 펴는 상황이다. 주택가격 하락에 대한 부담감 때문으로 본다. 문제는 정책적 선명성이 없다면 국민들이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는다. 이를 통해 정책적 목표와 달리 시장이 반대로 움직일 수 있다.
부동산 정책 입안시 정부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2012년도에 패러다임 변화조짐이 보였다.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하우스푸어가 발생했다. 주택을 소유, 투자의 개념이 아닌 거주의 개념으로 보는 시각이 조성됐다. 그렇지만 그뒤 2년이 지나 패러다임이 소멸했다.
지금이라도 빨리 정부는 주택 정책 방향을 투자에서 거주로 전환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심리다. 국민들은 정부정책을 신호로 심리에 영향을 받는다.
부동산 시장에서 경제정의 실천방안이 무엇이라 보는가
-후분양제, 분양원가 공개가 필요하다. 완공된 집의 가치를 직접 보고 판단해 구매하는 것이 바람직한 시장이다. 또한 개발이익이 아닌 거주목적의 구매심리가 필요하다.
재산세 등 부동산 거래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에 대한 철저한 과세도 필요하다. 현행 소득세 최고 세율인 36%보다 더 높은 과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