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수입차 판매량 상위 10위내 6개가 벤츠 모델
폴크스바겐과 아우디 주력 차종 대부분이 판매정치 처분을 받으면서 수입차 시장이 다양한 브랜드 간 경쟁 구도로 재편될 것이란 추측이 어긋나고 있다.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으로 짜인 수입차 시장 '독일차 4강 체제'는 깨졌지만 벤츠와 BMW 지위는 오히려 공고해졌다.
11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5087대의 압도적인 판매량을 기록하며 올해 국내 수입차 시장 1위 자리를 확실시했다. 이어 BMW코리아가 3031대로 2위를 기록했다.
9월 수입차 판매량 순위 통계에 따르면 신형 E클래스를 포함한 메르세데스-벤츠 모델이 상위 10위 안에 무려 6개나 올랐다. 2004년 BMW가 판매량 상위 10개 차종 중 6개를 차지한 이후 12년 만이다.
지난달 수입차 판매량 1위는 1244대가 팔린 벤츠 중형 세단 신형 E클래스의 디젤 엔진 모델인 E220d였다. 2위와 4위도 각각 E클래스의 가솔린 엔진 모델 E300(818대)과 가솔린 엔진 상시 사륜구동세단 E300 4매틱(701대)이 차지했다.
또 E클래스보다 한 체급 아래인 준중형 세단 C클래스 C200(404대)이 6위, 디젤 모델 C220d(296대)가 10위를 차지했다. 벤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LC 220d 4매틱도 356대가 팔리며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BMW가 견적 실명제 도입으로 주춤했음에도 불구하고 5시리즈와 3시리즈 디젤 모델 판매를 바탕으로 수입차 판매량 상위 5위와 7위에 각각 이름을 올리며 수입차 시장에서의 독일차 건재를 과시했다.
수입차 업계 한 전문가는 “지난해 9월 각각 3401대, 3145대씩을 판매한 아우디와 폴크스바겐이 지난 9월엔 476대와 76대를 파는 데 그쳤다”면서 “폴크스바겐 사태의 반사이익은 사실상 벤츠가 가져갔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지난 8월 슬쩍 보였던 닛산 알티마, 혼다 어코드 등도 모두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국가별 등록 점유율에서도 독일차는 지난달 전년 동월 69.4%에서 61.6%까지 하락한 반면, 벤츠의 올해 1~9월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10.6% 증가한 3만8594대를 기록했다. 공급 부족으로 대기 중인 E클래스 물량까지 합하면 올해 연간 판매량 1위는 사실상 벤츠가 예약한 상태다. 올해 들어 9월까지 BMW는 3만1870대를 판매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관계자 “서비스센터를 확충하는 등 그동안 수입차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노력한 결과로 생각한다”며 “현재의 긍정적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디젤게이트와 아우디폴크스바겐코리아의 차량 인증서류 조작으로 불거진 디젤 몰락도 힘을 잃는 모양새다. 지난 9월 판매량 상위 10위 모델 중 6개 차량을 디젤 모델이 차지했다. 일각에선 분산해 있던 독일 디젤차 인기가 벤츠와 BMW로 이동했을 뿐 변화는 없었다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디젤이 좋은 엔진이고 독일차가 상당한 장점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한 나라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시장으로 보기 어렵다"며 “아우디 폭스바겐의 물량이 바로 바로 다른 쪽으로 가지는 않는다고 해도 정부의 친환경차 인센티브 확대 등으로 수입차 시장 재편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