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직접 지분율 30% 안 넘는 탓…제윤경 "총수 지분율 기준 낮추고, 간접지분 포함을"
상위 5대 그룹에서 내부거래 비중이 90%가 넘는 56개 계열사 중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실효성 있게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상위 5개 기업집단 계열사별 내부거래 현황'을 분석해 이 같이 밝혔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지난해 2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총수일가 지분이 각각 30%와 20%가 넘는 상장 계열회사와 비상장 계열회사를 대상으로 내부거래금액이 200억원 이상이고 내부거래 비중이 12%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5대 그룹 318개 계열사 중 내부거래비중이 30%가 넘는 기업은 166개로 전체의 절반을 웃돌았다. LG가 44개로 가장 많고, SK(33), 삼성(32), 롯데(32)가 그 뒤를 이었다.
내부거래 비중이 30%~90%인 110개 기업 중 규제대상은 LG, SK, 롯데정보통신 단 3개에 불과했다. LG와 SK는 그룹 지주회사로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각각 31.5%와 30.6%에 달한다. 상장기업은 총수일가 지분이 30%가 넘어야 규제대상에 포함되므로 친인척 지분 일부만 다시 매각하면 규제대상에서 제외된다.
롯데정보통신은 내부거래비중이 86%이다. 총수일가 지분율은 15%로 그동안 규제대상에서 빠져있었지만 스위스 소재 페이퍼컴퍼니인 LOVEST 보유 주식 10.5%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명의신탁한 것으로 드러나 규제대상에 새로 포함됐다. 총수일가 지분율은 24.8%로 이 경우에도 상장 시 규제대상에서 빠지게 된다.
이 중 내부거래 비중이 90%을 넘는 계열사도 56개나 됐다. 이 중에선 매출액 전체가 내부거래를 통해 이뤄진 기업도 34개(10.7%)나 됐다. 전년도 51개에서 56개로 5개가 증가했다. 롯데에서만 4개가 증가했다. 내부거래비중 90%를 초과하는 계열사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집단은 LG(17개)였다. 삼성(12개), 롯데(10)가 그 뒤를 따랐다.
하지만 56개 기업 모두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아니다. 이들 기업들이 총수일가 직접 지분율 30%를 넘지 않기 때문이다. 일감몰아주기를 해도 조사나 제재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인 것.
지주회사로 전환된 기업집단의 경우 계열사 간 일감몰아주기를 하더라도 규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총수일가가 지주회사 외에 계열사에 직접 지분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기업집단에 대해선 현행 규제방식이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SK·LG그룹이 지주회사만 규제대상에 포함돼 있고 삼성그룹에서도 지주회사격인 삼성물산만 이름을 올린 상태다.
제윤경 의원은 "5대 재벌 계열사 둘 중 하나는 정상거래비율을 넘고 있는데 사실상 규제대상 기업이 하나도 없다"며 "현행 규제방식은 사실상 재벌들에게 맘 놓고 일감몰아주기 하라는 면죄부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편법적 부의 이전을 막고 내부거래를 줄이기 위해서는 규제대상 지분요건을 20%로 낮추고 간접지분도 포함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