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바이오·물 등 사업분야…인수합병에 2조원, 설비투자에 8000억원 이상 투입
올해는 LG화학이 신성장 사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해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배터리·바이오·물 등 미래 먹을거리 사업에 인수합병과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회사 경영진이 추가적인 투자 의지를 보이고 있어 향후 투자금액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LG화학은 6일 폴란드 남서부 브로츠와프에서 배터리 생산 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내년 하반기 완공 후 이 공장은 연간 전기차 10만대 분량의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LG화학은 공장 설립에 4000억원을 투자했다. 이로써 LG화학은 업계 최초로 한국·미국·중국·유럽 등 전기차 주요 시장에 모두 생산 설비를 갖춘 회사가 됐다.
이에 앞서 지난달 LG화학은 GS이엠 익산공장 양극재 생산설비 및 해당 사업부문 인력 등 자산 전부를 인수했다. LG화학에 따르면 인수금액은 550억~6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핵심 원료인 양극재 사업을 인수하면서 LG화학은 배터리 제조 전 과정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이처럼 LG화학은 올해 들어 신규 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 뿐 아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등 경영진이 신규 사업 투자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어 이 같은 대규모 투자 발표가 연달아 나오고 있다고 말한다. 올해 3월 박진수 부회장은 정기주주총회에서 “에너지·바이오·물이 성장동력”이라며 추후 대규모 투자를 예고한 바 있다.
박진수 부회장이 대규모 투자를 예고하고 한 달 뒤 LG화학은 4245억원을 들여 팜한농을 인수했다. 팜한농은 국내 작물보호제 시장점유율 1위(27%), 종자·비료 시장 점유율 2위(19%)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 1위 그린바이오(농화학) 업체다. 이 뿐 아니라 LG화학은 4월 팜한농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3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도 참여했다. 팜한농 인수에 7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댄 셈이다.
LG화학은 그린바이오 투자에 이어 레드바이오(제약·의약)에도 손을 뻗쳤다. 지난달 LG화학은 계열사 LG생명과학을 인수합병했다. 인수합병 금액은 1조44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3분기 국내에서 이뤄진 인수합병 거래 중 가장 큰 규모다. 게다가 LG화학은 레드바이오 사업을 키우기 위해 매년 3000억~5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박진수 부회장은 인수합병 발표와 동시에 “과감한 선제적 투자로 회사 바이오사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키우겠다”고 추가 투자가 이어질 것을 시사했다.
기존 석유화학사업에서도 대규모 설비 투자가 있었다. 다만 그 방식은 지금까지와 달랐다. LG화학은 고부가 제품에 대한 투자로 석유사업 제품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모양새다. LG화학은 7월 4000억원을 투입해 충남 대산 엘라스토머 생산 공장을 증설한다고 밝혔다. 증설 후 연간 생산량은 9만톤에서 29만톤으로 급증한다. 엘라스토머는 고부가가치 합성수지로 전 세계에서 4개사만 생산하고 있다. 높은 기술력을 요구해 생산업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폴리에틸렌(PE)과 같은 범용 제품과 비교해 가격이 10% 이상 비싸다. LG화학은 석유화학사업에서 이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생산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LG화학 관계자는 “국내 업계가 지금까지 수익을 올리던 범용제품은 이제 중국산에 따라잡혔다. 가격경쟁력을 말할 것도 없고 기술력도 큰 차이가 없다. 국내 업계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비석유화학 분야에 대한 선제적 투자가 있어야한다. 기존 석유화학사업에서도 고부가가치 제품군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전문가들은 LG화학의 대규모 투자 전략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범용제품이 중국발 공급과잉을 겪고 있는 가운데 선제적인 포트폴리오 확장은 긍정적”이라며 “외부차입금이 아니라 유보금으로 투자를 진행한 점은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