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 호재, 실적 기대감 지속…쌓이는 대차잔고는 부담
가파르게 상승하던 KB금융 주가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KB금융 주가는 자사주 매입, 현대증권 인수 호재와 더불어 3분기 순이익 증가 전망에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다. 아직 자사주 매입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과 실적 기대감은 주가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반면 대차거래 잔고가 쌓이고 있는 것은 향후 주가 상승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 주가가 조정 국면에 들어선 모양새다. 5일 오전 10시 기준 KB금융 주가가 전날보다 1.17% 하락한 3만7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KB금융 주가는 지난달 9일 장중 연고점인 4만200원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올해 2월 12일 연저점인 2만7600원에서 45.6% 오른 수치다. 하지만 주가는 연고점 이후 하락해 3만8000원선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그동안 KB금융 주가 상승에는 자사주 매입과 현대증권 인수라는 호재가 있었다. 여기에 3분기 실적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날개를 달았다. KB금융은 현대증권과의 주식 교환으로 희석될 수 있는 주식 가치를 안정화하기 위해 8월부터 1년 간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키로했다. 앞선 2월 3000억원 규모에 이어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진행된 것이다. 신청 물량 대부분을 소화하면서 주가 상승의 밑거름이 됐다.
현대증권 인수도 KB금융에 긍정적인 요인이었다. 한정태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KB금융은 비은행 부분을 보강하고는 있었지만 이익 비중은 10%를 넘지 못했다. 비은행에 대한 지분율이 낮은 탓이었다”며 “전날(4일) 현대증권 주식 교환이 결정되면서 KB금융은 현대증권 지분 100%를 갖게 돼 이익 체력이 올라가게 됐다”고 밝혔다.
3분기 실적 기대감도 주가에 반영됐다. 대신증권은 KB금융 3분기 순이익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5% 증가한 5110억원으로 예상했다. HMC투자증권은 KB금융 3분기 순이익이 4859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인 4644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출과 순이자 이익이 견조한데다 낮은 경상 대손충당금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실적 증가 요인으로 꼽혔다.
다만 향후 주가 방향성에 대해서는 상반된 의견이 존재한다. 우선 앞선 주가 상승 요인들이 지속적으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전망이다. 일각에선 KB금융의 지속적인 자사주 매입이 주가 하락을 방어하고 주가를 끌어올리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고있다. 더불어 현대증권을 통한 수익 창출은 KB금융의 이익 성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주가 상승에 부담이 있다는 견해도 있다. KB금융 주가 상승을 이끌었던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가 빠져나가고 있는 까닭이다. 기관과 외국인은 KB금융이 본격적으로 상승가도를 달렸던 6월 28일부터 이달 5일까지 누적으로 각각 1538억원, 44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하지만 연고점을 기록한 지난달 9일부터 이달 5일까지 기관과 외국인 누적 순매수 규모는 각각 29억원, -35억원으로 급격하게 줄었다.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대차거래 잔고가 쌓이는 것도 부담이다. 대차 잔고는 투자자들이 주식을 빌린 뒤 갚지 않은 금액을 말하는 것으로 공매도 대기자금 성격으로 분류된다. 대차 잔액이 늘어나면 그만큼 앞으로 증시가 하락할 것으로 보는 투자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KB금융은 코스피에서 9월 9일 이후 대차거래 상위 2위에 기록됐다. 이 기간 동안 쌓인 대차거래 수량만 614만주이고 대차잔고 금액은 1조원에 달한다. 전체 매매에서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도 20.82%다. 그만큼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 예측하는 투자자들이 늘었다는 뜻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 이후 저평가된 금융주가 일제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KB금융은 향후 성장성까지 주목하면서 주가가 가파르게 올랐다”며 “저금리라는 불리한 상황에서 KB금융은 비금융 부문 확대라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앞으로 주가 상승의 요인이 될 수 있다. 단 글로벌 증시에서 금융업종에 대한 안정성이 재평가 되는 것은 잠재적인 불안 요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