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따라 주가 천차만별…"단기적인 악재와 장기적인 악재 구별해야"
최근 코스피 상승의 주역인 대형주에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신제품인 갤럭시노트7 폭발 여파가 지속하고 있고 현대차는 내부 폭로로 인해 난처해진 상황이다. 화장품 업종의 대장주인 아모레퍼시픽은 치약, 샴푸 등 제품에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들어간 사실이 밝혀졌고, 의약·바이오 대표주인 한미약품은 늑장 공시로 여론의 융단폭격을 맞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주가 움직임은 제각각이다. 주가가 폭락한 종목이 있는 반면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은 종목이 있다. 오히려 다른 부품주가 악재를 다 받아내는 양상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악재와 장기적인 악재를 구분해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한다.
◇ '갤럭시노트7 폭발' 삼성전자, 악재 받아내는 삼성SDI 주가
삼성전자가 신제품 폭발이라는 최대 위기에도 주가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8월 23일 장중 사상 최고가 169만4000원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주가 상승의 일등 공신인 갤럭시노트7이 연달아 폭발하면서 주가는 지난달 12일 146만5000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외국인과 기관이 번갈아 삼성전자를 주워 담으며 이달 4일 주가는161만4000원으로 160만원대를 다시 회복했다.
오히려 배터리 공급 업체 중 하나인 삼성SDI 주가가 폭락했다. 갤럭시노트7 폭발 문제 원인이 배터리에 있다는 것이 판명된 까닭이다. 삼성SDI는 8월 23일까지는 연고점 12만4500원을 기록하며 삼성전자와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투매로 반등하지 못하고 4일 9만7400원에 머물러 있다.
이 같은 차이는 삼성전자에 숨겨진 호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갤럭시노트7 폭발 문제로 판매가 지연되자 삼성전자와 삼성SDI 모두 실적 하락이 예견됐다. 삼성SDI는 다른 부문에서 특별한 실적 상승 요인 없이 소형배터리 부문에서 배터리 폭발 악재를 모두 받아냈다. 반면 삼성전자는 D램 가격 상승으로 영업이익 절반 가까이를 만들어내는 반도체 부문의 실적 호조가 예상됐다. 여기에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도 삼성전자 주가를 방어하는 데 한 몫했다.
◇ 현대차 파업과 내부 폭로··· 주가는 요지부동
현대차 역시 악재가 연이어 터졌다.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 4일 고용노동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7월 19일부터 이날까지 78일째 총 24차례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는 13만1851대 생산 차질과 2조9000억원 가량의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 이와 더불어 자동차 결함 은폐에 관한 내부 고발로 현대차는 소비자 신뢰 저하와 이미지 추락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주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파업 이후 주가가 소폭 상승했고 결함 은폐가 보도된 지난달 23일에는 주가가 2.3% 올랐다. 4일 현대차 주가는 전날보다 2.58% 오른 13만9000원에 거래를 마친 상태다.
한 투자자문사 운용역은 “현대차 주주들은 이와 같은 악재에 내성이 생긴 상태다. 파업의 경우 매년 정기적으로 나오고 있고 결함 문제는 더 이상 악재가 아닐 정도로 주주들에 친숙한 주제가 됐다”며 “주가수익비율(PER) 6배에 주가순자산비율(PBR) 0.6배로 주가가 저평가 구간인 것도 주가 하락을 방어한 요인”이라고 밝혔다.
◇ 아모레퍼시픽, 묻혀버린 가습기 살균제 성분 파문
아모레퍼시픽 주가도 악재에서 벗어나는 모양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26일 판매하는 치약에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함유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주가 하락 전망이 우세했다. 장기적으로도 화장품·생황용품 기업으로서 신뢰성에 금이 갔다는 주장도 나왔다. 실제 다음 날인 27일 장 시작과 함께 3.51% 폭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저가 매수세가 유입하면서 되려 전날보다 0.25% 오른 채 마감했다.
해당 사업 부문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 사업 부문이 전체 매출의 91% 가량을 차지한다. 치약, 바디케어, 모발 제품을 판매하는 MC&Sulloc(매스코스매틱&설록) 사업 부문 매출 비중은 9%다. 치약 제품만 따지면 매출 비중은 더 줄어든다.
다만 일각에선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자사 제품의 성분 파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시장에 내놓았다는 측면에서 아모레퍼시픽은 소비자들의 면죄부를 받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PER와 PBR이 업종 평균보다 높은 것도 악재에 취약한 요소로 평가 받는다.
◇ 한미약품 잇단 악재에 폭락···도덕성 도마 위
한미약품은 상황이 다르다. 기술 수출 계약 파기에 더해 공시 지연 논란으로 주가가 연일 폭락했다. 더불어 항암 신약인 올리타정(올무티닙염산염일수화물) 부작용 논란이 불거지면서 투심이 극도로 악화됐다. 한미약품 주가는 지난주 뒤늦은 악재 공시 뒤 18.06% 급락했고 4일에도 7.28% 폭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이번 악재가 다른 대형주 악재와 다른 점은 한미약품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는 점이다. 특히 기술 수출 계약 파기에 대한 늦장 공시 논란이 컸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29일 장 마감 이후 1조원대 수출 계약이라는 호재를 공시했다. 하지만 다음 날인 30일 오전 9시 29분 지난해 계약한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이 기술 계약을 파기했다는 악재를 공시했다. 기술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것은 29일 오후이지만 이를 다음날 개장 이전에 알리지 않아 전날 호재를 기억하고 매수한 투자자 손해가 크게 발생한 것이다.
한미약품은 공시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연됐을 뿐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도 비슷한 상황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고 한국거래소가 해당 내용은 사전검토 대상이 아니며 즉각 공시시스템에 표출할 수 있었다고 반박하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단 공포 국면이 지나치게 강조된 측면도 있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한 증권업계 연구원은 “기업 도덕성을 차치하고 사업적인 면만을 고려했을 때 기술 수출 해지는 이미 주가에 반영됐고 하나의 성장통으로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이 경우 현재 주가는 과도한 디스카운트”라며 “문제는 한미약품에 대한 투자자 신뢰도 하락이다. 이는 주가 상승을 저해하는 강력한 요소로 투자자들은 이 악재가 단기적으로 끝날 지 장기적으로 이어질 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