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안정·교체주기 연장, 가격 거품 여전한데 이통사 이익↑
단말기유통구조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시행 2년을 맞았다. 2014년 10월 이후 각 이동통신사는 각 단말기마다 지원금을 자사 웹페이지에 공시했다. 이 지원금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정한 33만원 상한선을 넘길 수 없다.
정부는 이용자에 따라 차별 받는 혼탁한 시장을 정비하고 단말기 가격 거품을 없애기 위해 단통법을 도입했다. 그러나 시행 2년 동안 단통법은 수많은 논란을 낳았다.
정부는 단통법 도입이후 통신요금이 줄고 시장이 안정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량이 늘고 알뜰폰 사업도 성장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실질적인 단말기 가격이 올라 부담이 되고 있다고 토로한다. 일부 시민단체는 단통법 시행 이후 가계통신요금이 오히려 올랐다며 기본료 폐지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 중저가 열풍·교체주기↑...유통시장 안정에 한 몫
“단통법이 많은 비판을 받고 있지만 효과도 있다. 중저가 단말 판매가 늘고 단말기 교체 주기가 길어진 것은 사실이다.” 단통법 개정을 요구하는 한 유통업계 관계자가 말했다. 현행법을 반대하는 이들도 단통법이 순기능을 한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우선 신제품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대한 지원금이 줄면서 중저가 판매도 확대됐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2016년 판매된 단말기 35%가 출고가 50만원 미만인 제품이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단말기 시장의 거품이 빠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용자 차별도 줄었다. 통신 요금제 별 지원금이 아예 공개된 데다 페이백(Payback) 등 불법 행위에 대한 단속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대신 20% 선택약정할인제도와 알뜰폰 사업 강화로 통신비는 2년 동안 11.8% 감소했다. 20% 선택약정할인제도는 단말기 구입 시 지원금을 받는 대신 통신 요금을 20% 할인 받는 제도다.
선택약정 가입자와 알뜰폰 가입자는 2014년부터 2016년 까지 각각 1000만명, 200만명 증가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선택약정할인 가입자 수가 1000만명을 돌파했다는 것은 합리적인 통신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 단말기 가격 그대론데 이통사 영업이익↑, 이동통신 업계 배만 불렸나
반면 지원금이 줄면서 이동통신 3사만 이익을 봤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단통법 시행 이후 이동통신사 영업이익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지원금 상한으로 가입자 유치경쟁이 줄어들자 마케팅 경쟁을 할 유인이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 2016년 2분기 KT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8% 성장했다. SK텔레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지만 이는 SK브로드밴드 등 연결회사 영업비용 탓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도 영업이익이 6.4% 줄었다. 하지만 시장에선 4분기에 결산하던 일회성 인건비를 분기별로 반영한 것을 고려하면 LG유플러스가 역대 최로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
참여연대 자료에 따르면 단통법 도입 전인 2014년 상반기보다 2016년 상반기 이동통신 3사 마케팅 비용이 18% 감소했다.
참여연대는 “가계 통신비 완화를 이끌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안은 통신요금 기본료 폐지와 선택약정 할인율 30%로 상향, 분리공시제 도입”이라고 밝혔다.
한편 판매량이 쏠리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격 거품은 빠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신도림 소재 판매점 직원은 “현재 스마트폰 가격이 80만원대까지 내렸다고 하더라도 예전에는 무료로 제공하던 배터리가 빠졌기 때문에 어차피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은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와 일부 정치권에선 제조사, 이동통신사 별 지원금 분리공시와 선택약정 할인율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분리공시로 제조사 지원금이 공개되면 실질적인 단말기 가격이 알려진다. 각 이통사가 지원하는 금액도 나와 통신 업계 경쟁도 유도할 수 있다.
신용현 의원(국민의당, 비례대표)은 9월 4일 분리공시제를 도입하고 선택 약정할인 수준을 30%까지 확대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신 의원은 “분리공시를 통해 제조사가 출고가를 낮추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