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50만원선 무너져…금융당국, 비공개 정보 활용 내부자 거래 집중 조사

한미약품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올리타정(성분명 올무티닙) 판매허가 유지 결정을 받으면서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한미약품 주가도 44만원을 기점으로 하락세가 약해지며 지지력을 보였다. 다만 증권 투자 업계에서는 신약 개발의 성공 여부보다 투자자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사진=뉴스1

한미약품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올리타정(성분명 올무티닙) 판매허가 유지 결정을 받으면서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한미약품 주가도 44만원을 기점으로 하락세가 약해지며 지지력을 보였다. 다만 증권 투자 업계에서는 신약 개발의 성공 여부보다 투자자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미약품은 전거래일 대비 3만7000원(7.28%) 하락한 47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미약품은 이날 개장 직후 10%(5만1500) 넘게 하락한 45만6500원에 거래를 시작했으나 식약처의 판매허가 유지 결정에 낙폭을 줄였다. 다만 지난달 30일 베링거잉겔하임의 기술 반환 결정 공시 여파가 여전히 남아있어 주가 하락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30일 한미약품은 공시를 통해 베링거잉겔하임이 내성표적 항암신약 올무티닙(HM61713)의 개발을 중단하고 기술 반환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올무티닙은 지난 2015년 7월 베링거잉겔하임에 기술수출 계약을 맺고 글로벌 2상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표적항암치료제다. 올무티닙은 임상중 투약 환자 일부에게서 부작용이 나타났고 이 가운데 1명은 올무티닙 부작용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개발 과정에서의 악재에 한미약품 주가는 즉각 반응했다. 공시전 60만원을 호가하던 주가는 이날 50만원선이 무너졌다. 다만 증권 투자 업계에서는 연구개발 과정에서의 실패만으로는 한미약품 주가 하락폭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미약품의 주가에서 올무티닙의 가치는 약 1조원에서 8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한미약품은 기술반환된 올무티닙 외에도 7개의 기술수출 파이프라인을 보유중이다. 

 

한미약품의 기업가치를 부분의합(Sum of the Part, SOTP) 방식으로 산출해보면 올무티닙의 가치를 제외해도 나머지 신약 물질의 마일스톤 규모는 7조3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 LAPS인슐린115, LAPS인슐린콤보, HM95573, HM71224 등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올무티닙을 제외한 현재 파이프라인의 가치만 해도 5조원이 넘는다는 평가다.

 

강양구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임상 실패 위험을 고려해 단계별 성공 확률을 임상 1상 33%, 임상 2상 44%, 임상 3상 64%, 판매허가 91% 등으로 가정할 경우 전체 계약규모의 71.2% 수준의 가치를 반영할 수 있다"며 "파이프라인별 다음 단계 임상 진입 여부에 따라 가치 재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증권사 연구원들은 한미약품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그러나 목표주가 밴드의 하단은 60만원 초반대로 현주가 대비 20% 이상 높은 수준이다. 증권 투자 업계에서는 이 부분은 투자자 신뢰 훼손에 따른 불안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 30일 베링거잉겔하임의 기술반환 사실을 전달받고도 해당 사실을 늑장 공시했다는 점에서 비난받고 있다. 더구나 주가 상승이 예상되는 호재성 사실은 빠르게 공시했다는 점도 비난 대상이다. 

 

한미약품은 29일 오후 4시 33분 글로벌 제약사 로슈의 자회사인 제넨텍과 1조원 규모의 경구용 표적 항암제 기술수출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베링거잉겔하임의 기술반환 사실은 다음날 개장후인 9시30분에서야 공시했다. 전일 장 종료후 호재성 공시를 믿은 투자자들은 30분만에 큰 손실을 보게 된 셈이다.

 

공시 과정에서 늑장 대응에 투자자들은 한미약품에 회의감을 보이고 있다. 한미약품이 악재성 공시를 일부러 늦게 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더구나 해당 공시가 나가기 전 한미약품의 공매도가 급증한 점도 사전 정보 유출 의혹을 받고 있다. 30일 한미약품의 공매도 수량은 10만4327주를 기록해 2010년 7월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베링거잉겔하임으로부터 해당 사실을 전달받은 뒤 24시간 이내에 공시를 했기 때문에 규정상으로는 문제가 없다"며 "그러나 공시담당자가 거래소에 찾아와 즉시 공시해야 한다는 점을 알렸음에도 공시가 늦어진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미공개 정보 유출과 관련된 주식 거래 사실을 확인중이다. 한미약품 주가가 공시 전부터 이상 흐름을 보인 점을 감안해 한미약품 임직원 등 내부자 주식 거래 내역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거래소의 매매 분석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고 있고 금감원 자체적으로도 모니터링을 진행중이다"며 "분석 결과가 확인되면 집중적으로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