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도이치뱅크·이탈리아 MPS 등 위기 몰려 … 제2의 리먼브라더스 사태 비화 우려 확산

유럽은행이 부실문제로 글로벌 증시에 잠재적인 위험 요소가 되고 있다. / 사진=뉴스1
유럽 은행들이 국내외 증시에 뇌관이 되고 있다. 유럽 경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독일의 도이치뱅크 부실 우려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 이탈리아, 아일랜드 등 은행도 만성적인 재정 악화로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이들 은행이 제 2의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시장 참여자의 투자 심리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치뱅크가 위기에 몰렸다. 미국 법무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직전 주택저당채권 담보부증권(MBS)을 불완전 판매했다는 이유로 도이치뱅크에 벌금 140억달러(약 15조4000억원)를 부과하기로 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도이치뱅크는 미국 정부를 상대로 벌금을 절반으로 줄이는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마냥 낙관적이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도이치뱅크 부실 우려에 대한 신호들은 이미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도이치뱅크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지표인 5년물 채권에 대한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234.5bp(basis point)로 세계 주요 은행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헤지펀드들이 도이치뱅크에서 위험 노출액을 줄이기 시작했다. 도이치뱅크 자체적으로도 1000여명 규모의 인력 감축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도이치뱅크 부도는 독일과 유럽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독일은 미국과 달리 산업과 금융이 분리돼 있지 않은 형태다. 도이치뱅크가 각 산업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유럽 은행과도 엮어 있어 부실 문제가 도미노처럼 확산될 수 있다.

실제 유럽금융감독청(EBA)이 지난 8월초 51개 유럽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유럽 실질 GDP가 지속 감소하는 등 위기 상황)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이탈리아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MPS) 은행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보통주 자본비율이 유럽 평균보다 4배가 많은 14.5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아일랜드 AIB은행 역시 평균보다 높게 보통주 자본비율이 감소할 것으로 측정됐다. 그만큼 이들 은행이 외부적인 위기 상황을 견디는 힘이 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일각에선 도이치뱅크가 현금을 넉넉하게 보유하고 있고 유럽중앙은행(ECB)에서 0%에 가까운 금리로 현금을 융통할 수 있어 파산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벌금 규모가 시장 예상보다 낮아질 것이란 기대도 도이치뱅크 파산 우려를 잠재울 요소로 보고 있다.

국내 시장 참여자들은 지속적으로 유럽 은행의 재정 건정성 상태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한 증권업계 연구원은 “도이치뱅크뿐만 아니라 유럽 은행권 전반에 부실이 산적한 상태”라며 “유럽 은행 부실 문제가 현실화하게 되면 2008년과 같은 글로벌 금융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이 경우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커 투자자들은 지속적으로 유럽 은행 부실 문제를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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