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매출 현실화 시간 걸려…중장기적 시각으로 접근해야
중동 국가들이 원유 감산을 결정했다. 저유가로 해외수주 어려움을 겪는 건설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건설사들이 유가상승으로 이득을 보긴 힘들다고 진단한다.
30일 블룸버그 등 다수의 외신에 따르면 현지시각으로 지난 28일 석유수출기구(OPEC)이 원유 감산에 합의했다. 저유가 국면으로 인한 각국의 재정손실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전세계는 그동안 저유가 시대를 구가했다. 지난 2년간 뉴옥상업거래소에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원유(WTI) 인도분은 배럴당 3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WTI 인도분이 배럴당 60달러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절반 가량 하락한 가격이다.
지난해 건설업계는 실적부진을 겪었다. 저유가로 인한 해외건설 수주 부진 때문이다. 5~6년 전만 해도 해외건설은 건설사 매출액의 50~60%를 차지했다. 중동 지역 발주물량이 건설사 실적개선에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2014년 6월 WTI 인도분이 배럴당 106.91달러로 고점을 찍은 이후 하락국면에 들어갔다. 중동 국가들은 국가재정의 상당부분을 원유에 의존한다. 유가하락은 재정악화와 나아가 건설 발주물량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에 산유국에서 해외건설 수주실적이 많은 건설업계는 수주절벽을 경험하기도 했다.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실적은 올해도 악화되고 있다. 30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누적 해외건설 수주액은 186억6800만 달러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6% 감소한 수치다. 업계는 올해 말까지 300억 달러를누적 수주액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전망치인 300억 달러는 지난 2007년(398억 달러) 이후 9년 간 최저치다.
OPEC의 원유 감산 합의로 건설 업계는 해외수주 실적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유 감산으로 원유값이 오르면 해외건설 매출액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중동 지역 발주물량이 늘기 때문이다. 건설 업계 관계자는 "5년 전만 해도 중동 지역 발주물량이 해외건설 수주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90%를 차지했다. 이들 국가에서 발주하는 플랜트, 석유화학 공사가 매출규모가 상당히 크다"며 "(OPEC의 원유) 감산 합의로 유가가 오르면 발주물량이 늘면서 건설사의 실적도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원유 가격 상승이 이뤄져도 건설사 해외건설 실적이 단기간 개선되긴 힘들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건설업계는 수주산업에 속한다. 공사계약이 이뤄져도 착공까지 3~4년의 시간이 걸린다. 아울러 착공에 들어가도 공사 구간별로 대금이 지급되기에 해외건설 매출이 단기간에 발생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한 원유 가격 상승세가 지속적으로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이번 OPEC의 원유 감산 합의에서 이란은 제외됐다. 이란은 사우디와 더불어 중동 지역에서 많은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이란이 증산에 돌입하면 감산 합의로 인한 유가 상승이 제한될 수 있는 상황이다.
김종국 해외건설협회 실장은 "원유 감산 합의는 분명 좋은 소식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원유를) 감산한 것으로 인한 유가 인상 가능성이 불확실하다. 또한 세계경제 호전이 뒷받침 돼야 추가 원유 가격 상승으로 해외건설 수주도 늘 수 있다"며 "중장기적 시각으로 유가 추이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