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 타워부재, 돈 쓴 만큼 효과 없어…"실효성 없는 사업은 퇴출해야"

29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2전시장에서 열린 '2016 부산광역권 강소기업-청년 채용박람회'에 청년구직자들로 행사장이 북적이고 있다. / 사진=뉴스1

 

#김나영씨(26, 가명, 동작구)는 대학원 졸업 후 6개월 째 연구개발(R&D) 분야 일자리를 구직중이다. 하지만 정부 일자리사업과 서울시 일자리사업 등 일자리 정책 혜택을 알아봐도 소용이 없었다. 김나영씨는 "정부 일자리정책 종류는 많았지만 조건이 많아 정작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은 거의 없었다"며 "신뢰도 가지 않고 실효성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해 청년일자리사업에 집행한 돈은 1조7550억원, 올해 예산은 2조1113억원이다.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등 부처와 서울시 등 각 지자체에서도 개별적으로 사업을 기획,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개별 사업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창구가 없다보니, 청년들 사이에선 청년일자리사업을 일일이 찾아보기도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각 사업이 비슷한데다 지급 조건도 유사해 본인에겐 해당되지 않는 정책이 태반이라는 불만도 나온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개별 일자리사업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겠다며 고용복지 플러스센터를 세웠지만 문제는 여전하다. 이곳은 각 부처 정책을 전달하는 실무센터를 한 곳에 모아놓은 곳일 뿐 구직자에게 통합적인 정보를 제공해주지 못한다. 고용복지플러스센터는 기존 고용센터(고용노동부), 여성새로일하기센터(여성가족부), 일자리센터(지자체), 복지지원팀(복지부, 자치단체), 서민금융센터(금융위), 제대군인지원센터(보훈처)등 각 부처의 고용, 복지 전달센터를 모아놓은 곳이다. 각 부처 간 물리적 거리를 줄이긴 했지만 여전히 취업정보는 분절적으로 전달되며 예산도 별개로 편성돼 있어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

구직자가 원하는 취업지원프로그램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이트도 없다. 고용노동부 일자리정책을 살펴보려면 워크넷(http://www.work.go.kr/empPlcyMain.do), 여성가족부 일자리정책을 살펴보려면 개별 새일센터 웹사이트에 접속해야 한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하는 일자리 정책은 개별 지자체에 따로 문의해야 한다. 대통령직속의 청년위원회에서도 별개의 사이트를 운영해 창업, 구직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청년위의 지난해 예산은 46억원이었다. 내년도 예산은 43억 7000만원을 요구했다.

실무를 담당하는 해당 센터에서는 구직자들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부처간 일자리 사업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플랫폼을 묻자 워크넷을 알려줬지만, 이는 고용노동부 정책만 알 수 있는 곳이다. 다시 문의하자 그런 사이트는 현재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내 한 고용센터 상담사는 “너무 통합적으로 물어보면 센터에서 알려줄 수 있는 게 없다. 서울시 정책은 서울시에 물어봐야 한다”고 답했다.

◇컨트롤 타워 없어 성과관리 안돼...실효성 떨어지는 정책 난립

컨트롤 타워가 없는데, 정부 각 부처간,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청년일자리사업을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일자리사업예산을 17조5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0.7% 늘렸다.

예산정책처 강세욱 평가관은 지난 4월 발간된 보고서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일 경험’ 사업의 현황을 살펴보면, 목적이 불분명한 사업들이 부처별로 산재하고 있어 예산의 효율적 운용 및 성과관리에 어려움이 있는 바, 관련 사업을 ‘목표집단별’로 재구성하여 정책 수요자인 청년의 입장에서 정책의 체감도 및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부처들이 경쟁을 일삼으며 정책 쏟아내기를 반복하는 동안 지난달 청년고용률은 42.9%까지 떨어졌다, 컨트롤 타워가 없으니 성과관리가 안되는 일자리 사업들을 관리할 방법이 없다. 김나영씨는 정부일자리 대책에 대해, “현실성과 홍보가 부족하고 실질적인 도움이 안되다보니 주변 사람들도 참여를 하지 않는다”며 양적으로 넘쳐나는 정부 일자리 사업의 내실이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세부사업 내용을 뜯어보면 집행률이 낮거나 지속률이 떨어져 효과 없는 정책이 대부분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매년 수많은 사업이 통합, 폐지된다. 실제로 청년일자리사업 집행률을 살펴보면, 중소기업근속 장려금 사업은 32.1%, 세대간 상생고용지원 사업은 14.7% 로 턱없이 낮았다. 부처간 유사중복돼 통합된 사업도 많다.

정초원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연구원은 “지난해 청년일자리 신규사업으로 스펙초월멘토스쿨운영, 청년강소기업체험프로그램, 청년강소기업체험프로그램, 중소기업 근속장려금 등 정책이 거창하게 시작됐지만, 정작 사업의 구체적 내용들을 보면 기존 사업들과 유사중복돼 시행 1년만에 타사업과 통합됐다”며 “정부의 일자리 정책들이 얼마나 신중한 접근이나 효과 평가 없이 추진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정 연구원은 또 “정부가 내년도 예산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일자리 사업도 면면을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자리 사업 경쟁 멈추고 컨트롤 타워 구축 시급”

전문가들은 일자리사업 실효성을 높이려면 정부 각 부처간,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경쟁을 멈추고 컨트롤 타워를 세워 현행 일자리 사업을 철저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말한다.

윤희숙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정부 차원의 일원화 체계가 부재한것은 개별 고용서비스 기관 성과에 대한 통일된 성과관리를 불가능하게 한다는 문제를 가지는데, 거꾸로 이런 분절적 체계가 지속되는 것은 통일된 성과관리가 미흡하기 때문이기도 하다”며 “각 부처 일자리 사업에 대한 성과지표가 통일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업지속 필요성을 판단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윤희숙 교수는 또 “현재 17개 부처가 55개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데 취업률, 고용보험 취업률, 고용유지율, 취업처의 보수수준 등 필요한 성과지표가 단순함에도 불구하고 개별 부처의 사업성과가 비교·공시되지 않고 있다”며 “이 같은 문제 탓에 개별 일자리 사업이 각 부처 사업으로 고착돼 사업성과에 따라 퇴출될 가능성으로부터 나오는 긴장감도 희박해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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