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공장 중단 시 신형그랜저 생산순연 불가피…근무집중도 저하로 품질에도 악영향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벌이는 파업 불똥이 현대차 프리미엄 라인에 옮겨 붙었다. 현대차 노조가 5개월여 동안 21차례 걸쳐 파업을 벌이는 동안 생산라인 중단이 자주 이어졌다. 이 탓에 생산품질이 가장 중요시 되는 현대차 고급 버스 및 세단 라인에 먹구름이 드리워진 것이다.
노조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쏘나타, 구형 그랜저, 아슬란 등 세 개 차종이 생산되는 아산공장 가동이 마비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올해 현대차 마지막 플래그십 주자인 신형 그랜저 생산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28일까지 노조 파업(특근 거부 10차례 포함)으로 생산차질 규모가 차량 11만7000여대, 매출손실 규모 2조5800억여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임금을 둘러싼 현대차 노사 갈등은 매년 되풀이 돼 왔다. 다만 파업으로 인한 매출손실이 3조원에 이른 경우는 없었다. 그만큼 올해 노조가 생산 중단카드를 꺼내 든 횟수가 많았다. 자동차 내수경기 침체가 깊어진 상황에서, 현대차가 받은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문제는 현대차 플래그십 라인이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자동차 상품성을 높이는 이른바 ‘품질경영’을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노조가 생산라인을 잦게 멈춘 탓에 상품성이 가장 중시되는 고급차 생산이 순연되거나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추석부터 서울~부산, 서울~광주 노선에 투입하기로 했던 현대차 프리미엄 고속버스 16대는 노조파업에 공급이 지연돼, 결국 운행이 취소되기도 했다.
현대차가 글로벌 고급차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도 본격적인 미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현대차 수출 차량 대부분이 미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되는 것과 달리 제네시스 모델은 전량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한다. 생산라인 정지가 반복될 경우 생산직 근로자의 근무집중도 저하가 불가피하다.
실제 현대차 노조의 파업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8월 들어 현대차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차량에서 도장 관련 결함이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제네시스 EQ900(수출명 G90) 모델을 구매한 전민기(38)씨는 차량을 받고 외관을 살피다 차량 외장 도면 색이 주유구 부분과 다른 것을 발견했다.
전씨는 “서비스센터에 찾아갔더니 여름철 날이 더워지면 생산과정에서 품질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며 “실수는 있을 수 있지만 차량 가격이 고가라 찝찝한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국내외 기관들도 노조파업이 현대차 브랜드 이미지 및 영업이익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진단한다.
글로벌 투자기관인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지난달 29일 “현대차의 재고 수준을 고려했을 때 올해 파업이 2014년이나 2015년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며 “노조의 잠재적 파업 가능성 역시 해외시장에서 거둬들여야 할 현대차 이익에 위험요소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 노조는 사측이 전향적인 임금인상안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울산·전주·아산공장 생산라인을 중단시킬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실제 지난 26일에는 12년 만에 처음으로 1조와 2조 근무자가 모두 온종일 파업하는 전면파업도 벌였다.
업계에서는 아산공장 생산라인이 중단될 경우 현대차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현대차 올해 마지막 플래그십 생산모델인 신형 그랜저(IG)가 아산공장에서 생산되는 탓이다.
아슬란과 구형 그랜저 판매가 부진한 상황에서, 신형 그랜저 생산까지 순연될 경우 현대차 올해 장사가 크게 휘청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 관계자는 “노조 파업이 언제까지 길어질지 알 수 없다. 다만 아직까지 신형 그랜저 생산이 타격을 받을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파업이 장기화된다면 조립교육 일정이 일부 순연될 수는 있다. 단기적으로 생산에 타격을 입게 된다 해도 노사협상을 통한 특근 등으로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