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발전 설비 인근 지역에 혜택…수혜 받는 수도권은 비용 부담

지난해 7월 경남 밀양역 광장에서 고압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경남 밀양시민들이 '송전탑 반대 제200회 촛불문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전기요금을 지역에 따라 다르게 책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발전설비와 송전설비가 집중돼 있는 비수도권 지역에는 혜택을 제공하고 송전망 구축으로 수혜를 보고 있는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 구축비용을 더 많이 부담시키자는 의견이다.

최근 에너지경제연구원은 ‘합리적 송전망 비용회수 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전기요금을 지역별로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기요금 자등화를 통해, 송전망 구축비용의 합리적 배분과 구축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 현재 경제적·환경적 이유로 대도시 인근에는 발전설비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반면, 전력 수요는 매우 높은 상황이다. 반대로 지방에는 상대적으로 발전설비가 집중돼 있는 반면, 수요가 적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대규모 발전설비가 집중돼 있는 인천(356.6%), 충남(266.6%), 전남(223.4%), 경남(203.7%), 부산(187.0%), 경북(151.2%) 등 지역은 전력자급률(전력소비량 대비 발전량)이 100%를 상회하고 있다. 반면 주요 전력 소비지역인 서울(4.7%)과 경기(29.6%)의 전력자급률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전력수급 불균형 상황에서, 정부는 지방에서 생산된 전력을 대도시로 수송하기 위해 대규모 송전설비 건설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발전소에서 수도권으로 가는 방향으로 수백기의 송전탑이 설치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고압 송전설비 건설이 지역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3년 밀양송전탑 사태가 대표적이다. 한국전력은 지난 2011년 부산 신고리원전 1호기가 상업생산에 들어가면서 생산 전력을 수도권에 공급하기 위해 총 90.5km의 송전망과 161기의 송전탑 구축사업에 착수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수인 69기의 송전탑이 밀양시에 건설하도록 계획됐다. 주민들은 반대했고 이로 인해 공사 중단과 재개가 반복됐다. 결국 송전망 구축은 완료됐지만, 이 과정에서 주민 2명이 자살하는 등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불러 일으켰다. 송전망 갈등은 지금도 당진, 새만금, 동해 등 전국 곳곳에서 계속 진행 중이다.

정부는 송전설비 건설로 인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주변지역에 대한 지원 및 보상방안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주변지역에 대한 정의와 보상 방안의 적정수준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보상·지원을 통한 갈등해결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지역별 전기요금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은 전력수요가 많으면서 발전소가 거의 없기에 송전망 구축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한전은 지역별 차등방식을 마련해 놓고 있지만 이를 활용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한전은 전기요금을 지역적 구분 없이 구성해, 송전에 대한 비용을 사실상 모든 소비자에게 균등하게 배분하고 있다. 결국 비수도권 지역은 원자력발전소, 석탁발전소, 송전탑 건설 등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요금에 대한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영국은 송전비용 차등화에 따라 지역별로 전기요금을 차별화하고 있다. 대규모 원전이 있는 스코틀랜드의 전기요금은 저렴하고, 수도인 런던의 전기요금은 비싸게 책정하고 있다.

박명덕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 책정은 단기적으로 송전설비로 인한 지역갈등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수요지 인근에 발전설비를 증설하도록 유도해 지역별 전력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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