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12.83달러…국내 업체 손익분기점 하회

태양광설비의 기초소재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4개월 연속 가격이 떨어졌지만 추가 하락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국내 업계가 수익 내기 위한 폴리실리콘 가격이 하한선인 14달러를 하회해 하반기 업계 실적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 사진=OCI

 

태양광발전 설비의 기초소재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4개월 연속 가격이 떨어졌지만 추가 하락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국내 업계가 수익을 내기 위한 폴리실리콘 가격 하한선인 14달러를 하회해 하반기 업계 실적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태양광제품 시장조사업체인 PV인사이트에 따르면 9월 세째주 폴리실리콘 평균가격은 전주대비 5.31% 떨어진 ㎏당 12.83달러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이전 최저가는 지난 2월 첫주 집계된 12.93달러였다. PV인사이트는 보고서를 통해 폴리실리콘 생산업체 간 경쟁이 극심해 가격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폴리실리콘 가격은 2월 최저점을 찍고 5월까지 꾸준히 상승했다. 폴리실리콘 가격을 끌어내린 공급과잉이 완화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태양광 설비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국이 폴리실리콘 물량을 대규모로 흡수했다. 반면 메이저 폴리실리콘 업체들은 설비 중단 등 공급량을 줄였다. 5월 세째주 폴리실리콘 평균가격은 ㎏당 17.08달러까지 올랐다.

하지만 하반기 중국의 신규 태양광설치 규모가 줄어들자 폴리실리콘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신규 태양광설비 올해 목표인 20GW를 상반기에 설치했다. 이로써 중국 내 폴리실리콘 재고가 쌓이는 등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

백영찬 현대증권 연구원은 “GCL 등 중국 탑티어 폴리실리콘 생산자가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제품 가격을 계속해서 낮추고 있다. 가장 큰 시장인 중국에서 제품 가격은 세계 폴리실리콘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폴리실리콘 업체 간 치킨게임 국면이 다시 도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반기 폴리실리콘 생산량 세계 1, 2위 업체인 중국 GCL과 독일 바커는 대규모로 증설을 단행했다. 한화케미칼도 지난달 전남 여수 폴리실리콘 공장 생산 규모를 연산 1만3000톤에서 1만5000톤으로 늘렸다. 이 밖에 중소 규모 중국 업체들도 시장에 난립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세계 폴리실리콘 공급량은 35만톤으로 수요량 30만톤을 상회한다. 올해 공급량은 40만톤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공급과잉 완화 차원에서 공급량을 줄이던 메이저 폴리실리콘 업체들이 다시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발전 가능성이 큰 태양광 시장을 독점하기 위한 치킨게임이 다시 시작됐다”고 말했다.

폴리실리콘 가격이 추락하자 국내 업계 하반기 실적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업체인 OCI와 한화케미칼이 수익을 내기 위한 폴리실리콘 가격 하한선을 14달러 내외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OCI의 경우 1분기 폴리실리콘 가격이 바닥이었음에도 발전소와 자회사 매각 등으로 흑자 기록했지만 하반기에는 제품 가격 하락을 완충할 수 있는 요소가 없다”며 “하반기 국내 업체 실적이 크게 주저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에 중위권 업체들이 제품 생산을 줄여 공급과잉이 다소 완화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외신에 따르면 최근 폴리실리콘 생산량 5위인 미국 REC는 미국 모세스레이크에 있는 폴리실리콘 공장 생산량을 다음달부터 50%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말 열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도 장기적인 폴리실리콘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는 2020년까지 미국에 태양전지판을 5억개 이상 설치해 이로 인한 발전량을 140GW까지 확대한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미국 태양광산업협회(SEIA)에 따르면 2016년 상반기 기준 미국 태양광 발전량은 32GW다. 클린턴이 당선될 경우 미국 태양광 시장은 2020년까지 약 5배 성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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