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M.O.E' ·플레로게임즈 ‘여신의키스’…"기존 SRPG에 미소녀 이미지만 덧씌웠다" 비판도
모바일게임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비주류로 취급 받던 미소녀 게임이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지난 20일 넥슨과 플레로게임즈는 각각 모바일게임 ‘M.O.E.(Master Of Eternity)’와 ‘여신의 키스를’ 출시했다. 두 게임 모두 미소녀와 메카닉을 전면에 내세우며 유저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름다운 소녀가 등장하는 이른바 ‘미소녀 게임’은 과거 PC게임 시절부터 꾸준한 인기를 얻어왔다. 대표적으로 1990년대 일본 가이낙스(Gainax)사가 개발한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가 있다.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는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으며, 지금도 대표적인 미소녀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회자되고 있다.
넥슨과 플레로게임즈는 미소녀에 메카닉이라는 소재까지 결합했다. 메카닉이란 건담 등 로봇을 의미하는 용어다. 미소녀가 로봇에 탑승해 악당과 전투를 펼친다는 이야기는 과거 일본 로봇 애니메이션에 자주 등장한 소재다. 대표적으로 ‘에반게리온’ 시리즈에 탑승하는 여학생 파일럿 등이 있다.
이러한 미소녀와 메카닉이 결합한 소재는 일본의 대표적인 하위문화로 인식돼 왔다. 일본에서는 이른바 ‘모에’ 코드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모에는 ‘움트다’는 일본어 동사 모에루(萌える)에서 유래한 말로,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사랑스럽고 귀엽고 예쁜 느낌을 표현할 때 주로 사용된다.
최근에는 특정 캐릭터에 한정하지 않고 캐릭터의 외형적 특징, 성격, 직업, 사회적 지위 등 속성에 대한 기호를 표현하는 말로도 쓰이고 있다. 이러한 모에 코드가 이제는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에도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넥슨의 M.O.E.는 발음할 때 모에라고 읽게 된다. 넥슨 개발진이 어떤 의도를 게임을 개발했는지를 잘 나타내는 대목이다. M.O.E.는 미소녀와 메카닉을 기반으로, 스토리를 따라 미션을 해결하는 모바일 전략 역할수행게임(SRPG)이다. 게임에는 보스공략, 랭킹경쟁, PvP 등 다양한 콘텐츠가 담겼다. 360도로 자유롭게 회전하는 카메라 시점을 활용해 턴제 3D 전투도 즐길 수 있다. 여기에 미소녀 캐릭터인 ‘픽시’를 육성하고 수집하는 재미도 더했다.
특히 픽시를 만나 호감을 쌓을 수 있는 ‘쇼룸’이라는 공간을 만들어 미소녀 시뮬레이션 느낌도 한 껏 살리고자 노력했다. 가상현실(VR) 기기 지원을 통해 미소녀를 VR 모드로 감상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플레로게임즈가 출시한 여신의 키스도 미소녀와 메카닉 콘셉트를 전면에 내건 SRPG다. 게임은 미소녀들이 메카닉 유닛에 탑승해 전투를 펼치며 세상을 구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다양하고 개성넘치는 미소녀들의 일러스트는 물론 ‘스파인 툴’ 활용한 2D 캐릭터의 자연스런 움직임도 게임내에서 접할 수 있다. 스파인 툴은 정적인 2D 캐릭터를 움직이게 하는 기술로 눈의 깜빡임이나 눈썹의 움직임, 풍부한 표정 등을 표현할 수 있다.
아울러 여신의 키스에는 키스를 통해 적 지휘관을 회유하는 독특한 영입 방식, 유명 인기 성우들의 목소리 연기, 미소녀 수집 및 육성, 메카닉 유닛 업그레이드 시스템 등이 마련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미소녀 게임의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 진출에 대해 참신하다는 반응이다. 일본의 대표적 하위문화인 모에 코드가 국내에 진출했다는 점은 다양성 측면에서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특정 유저들을 타겟팅한 전략 역시, 매출을 고려했을 때 좋은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모바일게임 전체 유저 중 결제 유저의 비율은 4.7% 가량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10만원 미만의 금액을 결제한 유저가 75.8%로 가장 많았다. 100만원 이상 결제한 고과금 유저는 3.2%로 나타났다. 특히 100만원 이상 결제한 유저는 전체 결제·비결제 유저의 0.15%에 불과해 극소수로 나타났지만 이들의 매출 기여도는 41%나 됐다. 결국 특정 유저들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게임도 전략만 잘 세운다면 높은 매출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번에 출시된 미소녀 게임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 SRPG와 큰 차이가 없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결국 기존 SRPG에 미소녀 이미지만 덧씌운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름만 다를뿐 비슷한 게임들이 판을 치고 있는 모바일게임 시장에 미소녀 장르라는 새로운 시도 자체는 높이 평가해야 한다”며 “다만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미소녀 장르가 얼마만큼 인기를 끌지는 미지수다. 특정 유저뿐 아니라 대중적 인기도 확보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