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선진국과 격차 커지면 순식 간에 낙후될 수도”

자료=LG경제연구원

지난 5월 독일에서 발전소가 전기 사용자에게 전기를 공급하면서 돈을 주는 일이 발생했다. 재생에너지 발전이 크게 늘어나면서 생긴 기현상이다. 이날 오후 5시부터 7시간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전체 전력 수요의 80% 이상을 충당했다. 화력, 원전 등 다른 발전소가 생산한 전력까지 합치니 전력 생산량이 수요량을 넘어섰다. 발전소는 운전을 유지하기 위해 전력 사용자에게 ㎿h 당 -130 유로를 주고 전기를 공급했다. 


에너지 시장에 지각 변동이 발생하고 있다. 에너지 시장의 무게중심이 화석 및 원자력에서 신재생에너지로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한국도 새로운 에너지 체제에 맞는 산업구조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 20일 ‘에너지 시장의 게임 룰이 변화하고 있다’라는 주제의 보고서를 통해 “최근 석유류 가격의 하향안정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의 확대 흐름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거대한 트렌드 변화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에너지 산업뿐 아니라 제조업 전반에서도 큰 변화가 발생할 전망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절약 기술 및 시스템의 발전은 에너지 비용절감을 통한 기업별 제조 경쟁력, 더 나아가 국가의 제조업 경쟁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독일에서는 지난해 전력 공급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30%를 넘었고 화력발전이 경쟁에서 밀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원료 비용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화력발전이나 원자력보다 에너지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적으로 발전 설비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2013년 10%(수력 제외)에서 2040년에 28%로 최대 발전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석유 등 기존 전력체제가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전통적인 유전지대인 텍사스에서는 풍력 발전이 지역경제의 성장을 주도하는 산업으로 떠올랐다.

구글, 애플 등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재생에너지 발전이나 전력소비 효율화 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역시 이동통신사인 소프트뱅크와 전자상거래 기업인 라쿠텐이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있다.

석탄과 석유에 주력해온 자원개발 기업과 자원수출국 역시 새로운 성장 엔진을 마련하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4월 경제성장에서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 ‘비전2030’을 발표한 바 있다.

LG경제연구원은 “과거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산업 구조가 크게 변화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제조업이 주력인 한국도 세계 각지에서 발생하고 있는 에너지 시장 혁신 흐름을 놓쳐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경제규모에 비해 에너지 사용 비중이 큰 한국은 최근 에너지 가격안정의 큰 수혜국”이라며 “현재의 가격안정에 안주해 에너지 트렌드 변화에 대응이 늦어진다면 다른 나라와 기업에 비해 순식 간에 낙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 전력 생산 및 유통과 관련한 에너지의 IT화, 고효율 측면에서 한구과 선진국의 격차가 확대될 경우 국내 산업의 경쟁력이 열세에 빠질 위험이 있다”며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 잡고 있는 에너지 시장의 변화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위기와 기회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