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명목세율·실효세율 인상 법안 발의…박 대통령 "인하가 세계적 추세" 일축

야당을 중심으로 국회 내에선 대기업 법인세 인상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 사진=시사저널e

 

야당발 법인세 인상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명박정부 시절 인하한 법인세 최고세율을 반드시 '정상화'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하지만 정부·여당·재계는 이에 결사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 실제 입법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추미애 더민주 대표는 지난 6일 취임 첫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법인세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법인세 정상화는 더 이상 성역이 아니다"며 "대기업 스스로 위대한 기업가 정신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추 대표는 이어 "지금처럼 서민과 중산층은 증세하고 재벌·대기업은 봐주는 조세로는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다"며 "이미 국민적 조세저항은 폭발 직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낙수효과는 전 세계 시장경제에서 이미 버리고 있는 그릇된 경제(정책)"이라고 말했다.

 

현재 더민주 내에선 윤호중·박영선 의원이 법인세 인상 법안을 대표발의한 상태다. 윤 의원 안은 과세표준 '5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세율 25%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박영선 의원 안도 이와 거의 유사하지만 3년 동안 순차적으로 인상하도록 했다.

 

여기에 더해 제윤경 의원은 대기업 세액공제를 축소하는 조세특례제한법을 대표발의했다. 대기업집단 소속으로 매출액이 5000억원을 초과하는 대기업이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시 적용받는 공제율을 현행 40%에서 20%로 낮추는 내용이다. 

 

제 의원은 200개 대기업이 법안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세액공제 축소로 향후 5년 간 4조 8084억원 세수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제 의원 측은 상위 10대 기업이 법인세 총액의 11.4%를 내면서도 이들 기업이 48만개 중소기업보다 R&D 세액공제액이 많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지도부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명목세율 인상에 앞서 실효세율 인상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3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법인세 인상 문제는 실효세율 인상부터 먼저 고민을 해봐야 한다"며 "그것만으로도 현재 세출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면 세율도 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지도부의 이 같은 입장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선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동철·박주현 의원은 각각 법인세 인상안을 대표발의한 것. 두 의원 안은 더민주 안보다 오히려 ​증세폭이 더 크다. 

 

김 의원 안은 과세표준 '200억원 초과' 법인에 세율 25%를 적용하도록 하도록 하고 있다. 박 의원 안은 이보다 더 나아가 '2억원 초과' 전 구간에 최고세율 25%를 적용하도록 해 그 대상을 더욱 확대하도록 했다.

 

정부·여당·재계는 이 같은 야당 움직임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2일 여야 3당 대표와의 청와대 회담에서 추 대표의 '법인세 인상 검토' 요구를 일축했다. 박 대통령은 "세계적 추세가 법인세 인하"라며 "세계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법인세가 유지돼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재계는 법인세가 인상될 경우 대기업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올해 법인세수가 사상 최초로 5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데, 기업 영업실적 개선보다는 이번 정부 들어서 이어진 세법개정으로 기업 세 부담이 증가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추가적인 법인세 인상은 투자·고용 여력을 더욱 약화시키고 국민들의 부담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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