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70% 넘은 조사, 세부내용·근거자료 제시 못해"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금융노조 투쟁상황실에서 열린 9·23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제시한 여론조사에 근거자료가 없다"고 말했다. 사진=뉴스

 

금융노조가 정부의 성과연봉제 관련 여론조사 결과에 근거자료가 없다며 조작성이 짙다는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섰다. 국민 70%가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에 찬성한다는 결과를 담은 설문조사 세부내용을 정부에 요청했지만 관련 자료를 모두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문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 20일 서울 중구에 있는 노조 투쟁상황실에서 '10만 금융노동자 9·23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최근 제시한 성과연봉제 관련 여론조사 결과에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금융노조에 따르면 지난 5월 정부는 매일경제신문과 한국리서치가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동개혁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이 설문조사에는 국민 대다수가 파견법 개정과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근거 자료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설문조사 세부 내용을 보면 '기존 호봉제는 생산성을 저하한다는 지적이 있으므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매우 찬성' 또는 '대체로 찬성'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각각 35.6%로 집계됐다. 71.1%가 제도 도입에 찬성했다.

이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6월 이 설문조사 근거로 성과연봉제 압도적 찬성이 나왔다는 취지로 "9개 금융공공기관이 도입한 성과연봉제에 여러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생산성과 전문성을 더욱 높여 국민에게 수준 높은 정책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나갈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해당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정부와 해당 언론사에 세부자료를 요청했지만 이를 공개하지 않고 관련 자료도 없는 상태라 (조작성에) 강한 의문이 든다"며 "여론조사라고 보기보다 여론조작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 해당 설문조사를 진행한 한국리서치 관계자는 "해당 언론사와의 계약 건 때문에 관련 설문조사 세부 내용과 자료를 공개하기 어렵다"며 "다만 응답자 중 71.1%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찬성한다는 내용은 맞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세부내용을 감춘다는 점과 근거 자료가 없다는 의구심 때문에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다시 성과연봉제 도입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리얼미터에서는 자신들의 공신력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질문조차 받지 않고 조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금융노조가 이날 배포한 '금융·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국민인식조사'는 총 65페이지 분량으로 되어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61%는 성과연봉제 확대·도입에 대해 '정부가 근로자와 충분한 협의를 선행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성과연봉제를 금융·공공기관에 확대·도입하면 단기 성과주의를 야기해 일반 국민에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64.3%로 높았다. 개인별 성과연봉제가 건전한 조직문화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의견도 63.1%에 달했다.

금융·공공기관 효율성 저하나 부실문제 원인으로 응답자 중 70.5%가 낙하산 인사와 관치금융을 원인으로 꼽았다. 직원 태만이나 낮은 업무성과가 원인이라는 답변은 19.2%에 불과했다.

반면 성과연봉제와 직원 인사 관련 질문에서는 응답자의 43.9%가 '성과연봉제는 해고 수단이 아니다'라는 주장에 공감했다. 성과연봉제가 '불공정 보상을 야기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43.3%를 나타낸 반면 '공정 보상을 촉진한다'는 여론도 42.8%에 달해 찬반 비중이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국민이 성과연봉제 문제점과 폐해에 대한 우려를 분명하게 표시한 만큼 정부와 사측은 강압적인 일방통행을 멈추고 성과연봉제 도입 방침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