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 재건 관심 집중…"금호산업 때와 달라"
국내 타이어 업계 2위 금호타이어가 매각 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인수전에 돌입했다. 금호타이어의 시장 지위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어 시장에서 거론되는 인수 후보는 30곳이 넘는다. 여기에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중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이 절치부심하고 있어 격전이 예상된다.
20일 인수합병(M&A)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매각 공고를 내고 보유지분 42.1%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매각 절차는 우선 인수희망자들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받아 11월 중순 예비입찰을 진행한다. 이어 내년 1월 본입찰 후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매각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매각 주관사는 크레디트스위스(CS)가 맡았다.
이번 금호타이어 인수전은 벌써부터 복잡한 역학구도 속에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의 그룹 재건 의지와 채권단의 자금회수 의지가 충돌하고 있고 여기에 타이어 업종내 해외 업체의 참여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해 금호산업을 인수하면서 그룹 재건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번 금호타이어 인수에 성공할 경우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금호타이어 등 과거 주요 계열사를 회복하게 된다. 이 때문에 박 회장은 매각 공고가 나기 전부터 금호타이어 인수에 의지를 보였다.
채권단과 박 회장의 의지 대결은 가격에서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이 금호그룹 재건에 사용할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이고 있어서다.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지분에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어 일단 다른 경쟁자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러나 지난해 금호산업 인수전에서도 5000억원 가량을 차입하면서 자금 조달 여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수합병 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보유한 금호타이어 우선매수청구권은 제3자 양도가 어려워 박 회장 스스로의 자금 조달 능력이 관건"이라며 "과거 금호고속 인수 때처럼 백기사를 끌어들여 공동인수를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매각에서 금호타이어 지분 42.1%의 예상 매각가는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시가총액 1조7695억원을 기록하며 코스피 116위에 올라 있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지분가치가 740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1조원을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금호타이어 워크아웃 과정에서 투입한 자금 회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고가 매각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매각 공고를 내기 전부터 국내외 전략적투자자(SI)의 참여 가능성을 타진했다. 다만 국내 타이어 업계에서의 인수 의지는 높지 않다고 보고 해외 SI들에 기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인수전에서는 인수 후보자들의 실사비용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이제 매각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단계지만 시장에서는 미쉐린과 굿이어, 브리지스톤 등 해외 타이어 대형사들의 참여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금호타이어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으나 중국 현지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어서다. 중국에서는 현재 타이어 공장 신설에 제한이 많아 기존 공장을 보유중인 업체가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인수합병 업계 관계자는 "금호타이어는 중국 뿐 아니라 미국과 베트남 등에서 현지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다"며 "결국 가격이 관건이 되겠지만 해외 유력 업체들도 관심을 가질 만한 매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