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K7, 젊은 디자인으로 판매 저변 확대…현대차 “하반기 신형 그랜저로 반등 도전”

준대형 세단 현대차 그랜저와 기아차 K7이 올해 중형차 시장의 성장에 따라 엇갈린 성적표를 받았다. / 사진 = 시사저널e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중형차와 준대형차로 양분돼 온 시장이 차급 간 경계를 잃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르노삼성 SM6와 한국GM 말리부 등 중형 세단이 상품성 개선 및 고급화를 선언하고 나서면서 중형 세단이 준대형 세단의 새로운 경쟁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중형차 시장의 성장은 국내 대표 준대형 세단 현대차 그랜저와 기아차 K7의 명암도 갈랐다. 현대차 준대형 세단 그랜저는 고급 중형차라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나선 르노삼성 SM6에 밀려 판매량 잠식을 겪었다.

반면 기아차 준대형 세단 K7은 젊은 감각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중형차 시장 부흥의 수혜를 누렸다. 특히 한국GM 중형 세단 말리부의 구매층을 일부 흡수하며 지난 8월 K7은 준대형 세단 시장에서 그랜저를 제치고 새로운 1인자로 올라섰다.

◇ K7, 젊은 감각으로 중형차 시장 흡수

2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K7은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이 종료된 7~8월 총 8671대가 팔렸다. 두 달간 국산차 내수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10% 이상 급감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아차 K7은 월평균 4336대가 판매됐다.

주목할 점은 개소세 인하 기간이 종료됐음에도 불구하고 K7의 판매 순항이 이어졌다는 점이다. K7의 7월 판매고는 5086대로 전월(5042대) 대비 46대가 더 팔렸다. 같은 기간 경차나 친환경차 등 개소세가 적용되지 않았던 차량을 제외하면 판매량 증가를 기록한 차량은 K7이 유일하다.

기아차 준대형 세단 K7. / 사진 = 기아자동차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지난 2월 본격 판매가 시작된 이후 7개월이나 지난 시점까지 꾸준히 판매량을 유지한 비결로 젊은 감각의 디자인이 꼽힌다. 기아차 관계자는 “차체 옆모습을 날렵하게 해 전통적인 준대형 세단의 모습과는 다르다”며 "준대형 세단인데도 스포티함을 강조해 스포츠쿠페나 스포츠카에서 보듯 승객 공간이 뒤쪽으로 쏠려 있다"고 말했다.

구상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K7이 전통적인 준대형 세단이 갖는 중후한 이미지를 버린 것이 판매량 증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중형차 시장의 성장세 속에서 중형차 구매자들이 기아차 K7을 구매 고려 대상에 올린 것도 디자인 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날렵한 차체 디자인과 현대차 그랜저보다 긴 전장으로 주목을 받은 한국GM 중형 세단 말리부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기아차 K7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GM 말리부 2.0ℓ 터보 LTZ 모델 가격이 3308만원으로 기아차 K7 3.3ℓ 가솔린 모델 엔트리 트림(3490만원)과 가격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황모(38) 씨는 9일 한국GM 중형 세단 말리부 2.0ℓ LTZ 모델 인수를 2주 남겨두고 차량 구매를 포기했다. 기아차 준대형 세단 K7을 구매하기 위해서다. 황 씨는 “K7 2.4 프레스티지를 혹시나 해서 봤는데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원래 알고 있던 K7과 완전히 달랐다”면서 “외관과 내관 모두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 국내 대표 준대형 세단 그랜저, 중형 세단 고급화에 밀려

반대로 현대차 준대형 세단 그랜저는 차급 경쟁이 허물어진 시장의 성장세 속에서 판매량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차는 8월 국내시장에서 하이브리드 모델 297대 포함해 준대형 세단 그랜저를 3069대 판매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0% 넘게 판매량이 급감했다. 지난 7월 판매량인 6412대와 비교해도 절반 가까이 떨어진 수치다.

 

현대차 준대형 세단 그랜저. / 사진 = 현대자동차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풀체인지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어 판매량 감소는 당연한 수순이지만 그 폭이 상당히 크다”면서 “당초 그랜저를 경쟁 상대로 지목하고 나선 SM6가 그랜저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 르노삼성은 중형 세단 SM6를 출시하면서 그랜저를 경쟁상대로 지목하고 가격도 그에 걸맞게 설정했다. 국내 중형차 시장에서 SM6가 국내에선 중형 세단으로 분류되지만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플랫폼의 최상위급 고급 세단이라는 자신감이 반영된 결과였다.

이에 따라 일반적으로 중급 트림 판매가 많은 중형차 시장에서 르노삼성 SM6는 90%가 고급 트림에 계약이 몰렸다. 이 중 최고급 사양인 RE 트림이 전체 판매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RE 트림은 옵션을 포함하면 3200만~3500만원의 비교적 높은 가격대로 2988만~3628만원인 그랜저 가격과 유사하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고급화를 원한 고객들의 반응이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었다”며 “SM6는 준대형 세단을 위협하는 프리미엄 중형 세단의 새로운 기준”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는 준대형 세단 그랜저 풀체인지 모델인 신형 그랜저IG를 올해 11월 조기 출시해 판매 부진을 털어내겠다는 계획이다. 신형 그랜저IG는 본래 올 연말이나 내년 초 출시가 예상됐지만, 지난 7월로 종료된 개소세 인하 혜택과 신차 부족 등으로 내수 부진이 전망돼 조기 출시가 결정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준대형 세단 그랜저IG는 올해 하반기 가장 주목받는 모델인 만큼 다소 부진했던 준대형 시장을 재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자동차 업계 한 전문가는 “중형차 전쟁이 심화할수록 현대차 준대형 세단 그랜저가 소외된 것이 사실이지만, 현재 하락하고 있는 판매량은 신형 그랜저에 대한 기대감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면서 “신형 그랜저가 준대형 차급에 걸맞은 상품성을 갖춘다면 허물어진 경계도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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