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권 고용부 장관 "불법파업 엄단" vs 김문호 위원장 "대꾸할 가치 없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금융노조 투쟁상황실에서 열린 9·23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에서 투쟁 계획을 밝히고 있다. / 사진=뉴스1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이 20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발언을 두고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공공·금융부문 총파업에 대해 "명분 없는 파업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그동안 잠복해 있던 정부와 노조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20일 서울 중구에 있는 노조 투쟁상황실에서 '10만 금융노동자 9·23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을 비롯해 34개 지부 대표가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노동부는 금융노조 파업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사 간 협의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하는 정부 기관이다. 노동부 장관의 이날 발언은 대꾸할 가치도 없다"며 "매번 사용자 측이 노조를 피하고 노조가 먼저 대화하자고 해왔다. 이 정도 됐으면 정부가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이 장관은 노동부 장관이 아니라 재벌부 장관이라고 봐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날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긴급브리핑을 열었다. 성과연봉제 추진 등에 반대하는 공공·금융부문 노조의 연쇄 파업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이 장관은 "높은 수준의 고용보장과 상대적 고임금을 누리고 있는 공공·금융부문이 국회가 법적 의무로 정한 임금체계 개편을 반대하기 위해 총파업을 하겠다는 것은 국민정서상 받아들일 수 없는 이기적인 행태"라며 "지금이라도 (파업은) 철회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 노조에 따르면 23일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금융노조 총파업을 시작으로 철도·지하철 공공운수노조(27일), 보건의료(28일), 공공연맹(29일) 등 순으로 연쇄적 총파업이 진행된다.

금융노조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총파업을 불과 사흘 앞둔 지금까지도 정부는 금융노조 총파업을 멈추기 위한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사측은 노사 자율교섭 의지를 포기하고 정권 눈치만 살피고 있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정부가 금융노조 등 노조 연쇄 파업을 불법파업이라며 엄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노조와 정부 간 충돌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 노조 관계자는 "정부가 노동개혁 주요 사항으로 추진하는 임금체계 개편에 대해 금융노조 등에서 연쇄 파업을 계획하면서 정부 쪽에서 강한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노정 갈등 양상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

한편 각 은행은 23일 금융노조 총파업으로 금융기관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불편이 생길 수 있다며 비상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은행 등을 포함한 34개 금융노조 지부는 '총파업이 진행되는 하루 동안 정상적 업무가 불가능하다'는 내용을 담은 고객 안내문을 은행 영업점에 게시했다.

김문호 위원장은 "전국 1만여 영업점에서 10만여 조합원 대다수가 참석할 예정으로 이날 은행 영업이 사실상 마비 돼 상당한 불편이 예상된다"며 "금융노동자를 노예로 만들고 국민에게 피해를 초래할 해고 연봉제를 거부하기 위한 파업이다.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한 노조 관계자도 "부장, 팀장 등 노조에 속하지 않은 관리자급 직원이 영업장에 나와 창구 업무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업무 차질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은행 관계자는 "아무래도 상담이 필요한 업무는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다만 대출, 송금, 공과금 납부 등 주요 업무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영업점에 비정규직 직원을 배치하는 등 혼란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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