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사항인 초고층 재건축 기대감 반영…서울시 35층 규제 안 풀면 낭패 못 면할 듯

최고 50층 높이의 재건축을 추진중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 사진=뉴스1

 

강남 재건축 1번지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고 있다. 20일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 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 7월 중순 10억9000만원에 거래된 전용면적 76㎡ 매물이 한 달 뒤인 8월 중순에는 4000만원 뛴 11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달 들어선 추석 연휴 등으로 거래가 잠잠해졌지만 한 번 치솟은 몸값은 내려올 줄 모른다. 현재는 같은 평형이 12억5000만원 이상에 매물이 나와 있다. 집값이 두달 새 1억5000만원 뛴 것이다.

강남 재건축 추진 아파트의 매맷가가 상승세이지만 은마아파트가 평균보다 더 큰 폭으로 오름세를 보이는데는 이유가 있다. 이달 초 조합이 선정한 설계안인 최고 50층으로만 재건축된다면 조합 입장에서는 분양으로 얻는 수익이 커지면서 추가분담금(입주 때 추가로 내는 돈)을 줄일 수 있다. 초고층 아파트로 일대 랜드마크 단지가 되는 프리미엄도 누리게 된다. 일부 대치동 공인중개사무소는 ‘잠실주공5단지도 최고 50층 높이로 지어지면서 지금 30평 아파트를 사두면 추후 40평 아파트를 무상으로 받게 되는데 은마아파트도 그렇게 될 것’이라며 매입을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와 강남구청 관계자는 설계안과 그대로 사업이 추진되는 것과는 별개라고 선을 긋고 나섰다. 서울시 관계자는 “설계안은 말그대로 조합이 그리는 가설계에 불과하다”며 “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서 통과돼 사업이 설계안대로 추진된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강남구청 관계자 역시 마찬가지다. 주택과 관계자는 “조합 측이 설계를 맡길 설계사무소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만든 계획안일 뿐 추진 여부와는 관계 없다”고 못박았다.

실제 공동주택 재건축을 추진하기 위해선 정비구역을 지정하고 정비계획이 수립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재건축 추진위는 서울시에 최고층수와 건폐율, 용적률, 세대수에 대한 계획안을 제출하고 통과하면서 재건축의 큰 틀이 결정된다. 아직 은마아파트 조합은 정비계획 수립안이 통과되지 않은 상태다. 때문에 최고 50층 높이의 설계안으로 결정된 것이 주는 의미는 크지 않다. 심지어 은마 추진위 측은 규제를 풀기 위해 지난해 말 시에 제3종일반주거지역 42층, 준주거지역 47층 등의 내용을 담은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 수립안을 제출했지만, 서울시는 2030도시기본계획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재검토 반려처분한 바 있다.

현재 서울시는 2030도시계획플랜에 기반해 스카이라인(초고층 건물과 하늘이 만나는 지점의 연결선)을 관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마아파트와 같은 3종 일반주거지역의 최고 층수는 35층으로 제한하고 있다. 반면 잠실주공5차아파트는 상업·업무시설지역으로 묶여 있어 최고 50층까지 짓는 게 가능하다.

추진위는 서울시의 예외조항에 기대를 걸고 있다. 서울시는 국제현상공모 등을 통해 혁신적인 디자인의 아파트 단지를 만들 경우 시와 협의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뒀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지구단위계획을 짜고 있는 반포나 용산 등 타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우려가 있어 당분간 은마 재건축 층수제한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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