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장 연임 가능성 천차만별…낙하산 논란도 '솔솔'
올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시중은행장 임기가 대거 만료된다. 대다수 은행장들은 임기 동안 우수한 실적을 냈다. 하지만 이들의 연임 가능성을 두고 금융계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권선주 IBK기업은행장과 이광구 우리은행장 임기는 올해 12월 만료된다. 내년 3월에는 함영주 KEB하나은행장과 조용병 신한은행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이들은 임기 동안 모두 높은 실적을 달성하며 금융권 내외부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각 은행 상황에 따라 연임과 지주회사 회장 자리에 오르는 등의 변수가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선주 은행장 연임 가능성 낮아…이광구 은행장 연임은 '청신호'
첫 여성 은행장 영예를 안은 권선주 은행장은 기업은행 출신으로 임기 내 은행 순이익을 1조원대로 끌어올렸다. 기업은행 중기대출을 확대했다는 점에서도 금융권 내외부에서 호평을 듣고 있다.
기업은행은 2013년 권 행장 취임 이후 가파르게 성장했다. 기업은행은 권 행장이 취임하기 전인 2013년 상반기 4680억원 당기순이익을 냈다. 올해 기업은행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6673억원이다. 권 행장 취임 이후 당기순이익은 42.5%나 늘어났다.
권 행장은 기업은행 건전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 상반기 기업은행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35%다. 취임 당시인 2013년 말 1.38%보다 0.03%포인트 떨어졌다.
금융업계는 권 행장의 이같은 실적에도 연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인사교체 시기와 맞물리며 관료 출신이 간택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권 행장처럼 내부 인사 승진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지만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인다.
이광구 우리은행장도 이에 뒤쳐지지 않는 성과를 보여줬다. 우리은행 올 상반기 당기순익은 7503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1% 늘었다. 이 은행장이 취임 전인 2014년 당기순이익(4173억원)과 비교해도 올해 당기순이익은 79.7%나 급증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 지속 속에서도 수익을 기반으로 한 성장과 건전성이 개선된 결과"라고 밝혔다. 특히 건전성 부문에서 뒷문 잠그기를 통한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돋보였다. 우리은행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06%(성동조선, SPP조선, 대선조선, STX조선을 제외한 비율)이다. 연체율 0.57%를 기록했다. 전년 말 대비 각각 0.09%p, 0.25%p 개선했다.
금융권은 이 행장의 연임에 무게감을 두고 보고 있다. 은행 호실적만 아니라 최근 과점주주 매각 방식으로 민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과점 주주들이 새롭게 추천한 사외이사로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연임 가능성을 높이 보는 요인이다.
이에 오는 12월 30일 임기가 만료되는 이광구 행장 임기가 적어도 내년 3월 주총까지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과점주주 이사회가 구성됐을 때 혼란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며 "민영화 성공 여부에 따라 이 행장의 연임 가능성도 수면 위에 드러날 것"이라고 전했다.
◇내년 3월 함영주·조용병 은행장…연임·지주 회장 레이스 돌입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연임여부도 금융권에서 큰 관심사다. 은행권 안팎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함 행장 연임은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은행 통합 과정에서 큰 마찰 없이 화학적 결합을 이뤘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15년 통합 KEB하나은행 초대 행장에 오른 함 행장 임기 동안 하나은행은 무난한 성장세를 보였다. 하나은행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7990억원이다. 함 행장 취임 직전 해인 2014년 상반기 순이익(5562억원)보다 43% 늘었다.
조용병 신한은행장 임기도 내년 3월까지다. 한동우 신한지주 회장은 이미 연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 행장은 이에 신한지주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조 행장은 2015년 취임 후 '리딩뱅크' 위상을 공고히하며 타 은행보다 높은 실적을 보여줬다. 신한은행 올 상반기 순이익은 처음으로 1조를 넘어선 1조26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9%나 늘었다. 조 행장 취임 전 2014년 상반기 순이익(8419)보다 21.9% 늘었다. 순이자마진(NIM)은 2분기 연속 개선되는 등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주 회장 자리를 두고 조 행장과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간 양자 대결 구도가 생긴 것은 사실이다. 위 사장이 신한카드를 이끌며 보여준 경영능력도 높게 평가 받는다"며 "위 사장이 조 행장의 막강한 경쟁자로 꼽히지만 내부에선 조 행장이 취임 이후 보여준 견고한 실적을 통해 회장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