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이후 세계 시장점유율 줄곧 내리막…2011년 5.6%에서 지난해 5.18%로 4년간 0.42%p↓
세계 시장에서 국내 석유제품이 가진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다. 최근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이후 국내 석유제품의 세계 시장점유율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미국의 원유 수출 금지 해제와 중국의 폭발적인 원유 생산량 증가가 국내 제품 점유율을 갉아 먹은 것으로 해석된다.
18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발표한 ‘세계 수출시장에서 우리나라 주력품목의 경쟁력 국제비교’에 따르면 우리나라 13대 수출주력품목 중 7위에 위치한 석유제품 세계 시장점유율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꾸준히 떨어졌다.
무역협회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석유제품 세계 시장점유율은 2011년 5.6%에서 2014년 5.2%로 줄어든 이후 지난해 5.18%까지 떨어졌다. 4년 동안 0.42% 포인트가 빠졌다. 감소 폭은 디스플레이, 선박류, 무선통신기기, 자동차에 이어 5번째로 크다.
2011년 이후 주요국의 석유제품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을 비교하면 한국만 감소했다. 미국은 2011년 10.7%, 2014년 11.9%, 지난해 12.7%로 꾸준히 증가했다. 중국도 같은 기간 2.5%, 2.8%, 3.4%로 상승세를 유지했다. 일본은 2011년 1.6%에서 2014년 1.4%로 줄었지만 지난해 1.6%로 다시 올라 보합세를 유지했다.
미국의 석유제품 시장점유율이 늘어난 이유는 원유 수출 재개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40년 만에 원유 수출 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수출 금지 해제 이후 1분기 미국의 원유 수출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배가량 늘었다.
고성장 시기에 원유 정제설비를 꾸준히 늘려온 중국의 정유제품 순수출국으로의 전환도 우리나라 석유제품 점유율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2012년 정유제품 순수입액 114억달러를 기록하던 중국은 2014년 수출액이 수입액을 넘어서 순수출국으로 돌아섰고 지난해 정유제품 47억달러 규모를 순수출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중국은 공급과잉으로 인한 석유제품 재고를 수출을 통해 털어내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소규모 민간 정유사가 중동 산유국에서 원유를 도입할 수 있게 되면서 석유제품 수출이 더 활발해졌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무역협회에 따르면 석유제품은 수출경합도가 가장 높은 수준인 제품군으로 드러났다. 높은 수출경합도는 제품 간 차별성이 거의 없고 판매 구조도 비슷해 제품 판매가 치열하다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 석유제품의 한·일 수출경합도는 86.5 포인트로 13대 품목 중 가장 높았다. 한·미 경합도도 87.1 포인트로 가장 높았고 한·중 경합도는 88.8 포인트로 전체 품목 중 두 번째로 집계됐다.
문병기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정유제품은 국가나 업체 간 품질 차별도가 크지 않아 경합도가 높다”며 “이는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 경쟁이 치열한 제품군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정유제품의 세계 시장점유율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며 국내 정유사들이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집중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문병기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점차 오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미국 셰일가스와 중국 원유제품 수출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업계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