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상여금 줄 돈도 없다” …한진해운 “연휴반납하고 대책 마련할 것”

한진해운 물류대란 탓에 협력사들이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다. 이 탓에 추석나기를 포기한 협력사만 수백 개에 이른다. 13일까지 금감원의 중소기업 금융애로상담센터를 통해 접수된 협력사 상담건만 총 136건이다. / 사진=뉴스1

 

한진해운 발 물류대란이 한진해운 협력업체와 중소 화주들 추석 연휴마저 앗아갔다. 법정관리 여파에 한진해운 선박 발이 묶이며 화물 운송에 차질을 빚고 있는 탓에 한진해운 협력사 사장들이 막대한 채무 부담을 지게 됐다. 협력사 사장들 중 일부는 “당장 직원 임금 줄 돈도 없다”며 명절 나기를 포기, 한진해운과 정부 대처에 원망어린 한숨을 뱉고 있다.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3일 서울 광화문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한진해운 회생철자 신청에 따른 금융시장대응반 회의'을 열고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 이후 일부 하역이 개시되면서 안정돼 가고 있다"면서도 "협력업체와 중소 화주 등의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 부위원장은 "한진해운이 정상적인 영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특히 중소 화주들 지원 요청 늘어나고 있다"며 "필요할 경우 협력업체에 대한 추가자금 지원방안 마련 등의 지원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으로 발생한 물류난 등을 해소하기 위해 기재부, 금융위, 해수부로 이뤄진 합동대책 테스크포스와 금융당국으로 구성된 금융시장 비상대응반을 구성했다. 한진해운 화주와 협력사들이 겪는 금융난 대처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 같은 대처에도 협력사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당장 해외 곳곳에서 발이 묶인 화물들이 속출하고 있고, 중국 및 싱가포르 등지에서는 운임폭등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쏟아지는 거래처 불만과 항의에 정부 대책을 살필 겨를조차 없다.

한진해운에 화물을 맡겼다가 하역지연 탓에 매일 수억의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이창명(익명·54)씨는 “한진해운과 거래한 게 5년이다. 아무리 업황이 좋지 않아도 이렇게 될 줄 알았겠나. 당장 한진해운 아니면 대체할 곳이 없기도 했기에 (화물을) 맡겼는데 이렇게 됐다”며 “이제는 피해추산도 어려울 지경이다. 어제 발생한 피해액만 2~3억은 된다”고 말했다.

이씨는 “매년마다 직원들 추석 상여금은 꼬박꼬박 챙겨줬는데 올해는 언감생심이다. 오히려 직원들이 나를 먼저 위로해주니 눈물이 나더라”며 “올해는 부모님 산소도 찾아뵙지 못했다. 나쁜 사장에 불효자식까지 된 것 같아 한숨 밖에 안 난다”고 토로했다.

국내에 이씨 같은 한진해운 피해 협력사만 수백 개에 이른다. 현재까지 정책금융기관의 특별대응반, 현장반과 금감원의 중소기업 금융애로상담센터를 통해 접수된 협력사 상담건만 총 136건에 이른다.

금감원은 산은을 통해 파악한 609개 협력업체 명단을 은행과 공유했다. 협력업체·화주들에 대한 만기연장 거부, 급작스러운 한도축소, 추가 담보행위 등을 자제할 것을 요청한 상태다.

산은과 기은, 신보, 기보 등 4개 정책금융기관은 지난 7일부터 구조조정 협력기업에 대한 특례보증, 긴급 경영안정자금, 사업재편지원자금 등을 시행하고 있으며 기보는 19일부터 사업재편기업 우대보증을 시행할 예정이다.

한진해운 협력사 뿐 아니라 한진해운 해외주재원들도 추석 연휴를 보낼 처지가 못 된다. 체불비용 항의에 일부 국가 주재원들이 신변 보호 요청을 관계부처에 호소하기도 했다. 세계 25개국에 체류중인 한진해운 해외주재원은 92명이다.

한진해운 임직원들도 비상근무에 들어간다. 13일 한진해운에 따르면 석태수 사장을 비롯한 팀장 이상급 임직원은 연휴 기간 중에도 출근해 비정상 운항 선박과 물류이동 상황 등을 실시간 체크하며 대응방안을 모색한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회사가 청산절차를 밟더라도 주재원은 끝까지 일을 마무리하고 귀국하게 될 것“이라며 ”협력사들과 화주들의 피해 대책을 위해 임직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관계 기관들도 지원하는 있는 만큼 회사도 회생을 위해 힘 쏟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