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가격에 개성 나타내기 위해 엠블럼 제거…'타는 자동차'에서 '꾸미는 자동차'로

드레스업 튜닝 중 가장 값이 저렴하고 간편한 엠블럼 제거 튜닝이 최근 들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사진은 '한샘KD 츤츤이' 블로그에 올라온 SM5 엠블럼 제거 모습. / 사진=블로그 캡쳐

#. 경기도 시흥시에 거주하는 문광재(28)씨는 얼마 전 생애 첫 차를 구입했다. 중고로 구입한 차량은 르노삼성 ‘2010 SM5 뉴임프레션’. 외관 전면에 범퍼 일체형 방향지시등과 라디에이터그릴, 르노삼성 엠블럼이 자리했다.

문씨는 차량 구매와 동시에 엠블럼을 제거했다. 촌스럽다는 이유에서다. 문씨는 “아무리 차를 꾸며도 남들과 엠블럼이 같으면 개성이 없어 보인다”며 “엠블럼은 마치 대량생산된 통조림통같다. 내 차라는 일종의 표식을 알리기 위해 엠블럼을 떼어 냈다”고 밝혔다.


과거 마니아층에 한정됐던 값 비싼 자동차 튜닝이 점차 저렴하고 간편한 방식으로 젊은 차주들 사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자기 입맛대로 차량 엠블럼을 제거하거나 바꾸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대량생산된 일명 ‘포디즘 자동차’를 상징하던 엠블럼 위상이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튜닝은 튠업(tune-up)·빌드업(build-up)·드레스업(dress-up) 부문 등 크게 세 분야로 구분된다. 튠업은 엔진 등 각종 장치들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튜닝이다. 빌드업은 차량의 적재장치를 특수한 용도로 변경하는 것을 말한다.

주목받는 것은 드레스업 튜닝이다. 드레스업 튜닝은 이름 그대로 차량 겉모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개인 취향에 따라 자동차 내·외관을 변경·색칠하거나 부착물 등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앞선 튠업과 빌드업 튜닝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개성을 연출할 수 있어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드레스업 튜닝 역시 자동차를 잘 모르는 이들에겐 낯선 분야다. 일명 자동차 매니아들 사이에선 스티어링 휠이나 게이지 계기판, 기어노브 교체가 드레스업 튜닝 예시가 된다. 이들 모두 자동차 전문 지식이 필요하고 튜닝 소요시간 역시 짧지 않다. 

 

결국 일반 차주들이 자신의 개성을 가장 손쉽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찾고 있는 게 엠블럼 제거다. 자동차를 만든 회사를 상징하는 표식을 제거하거나, 혹은 자신이 원하는 엠블럼 모양으로 교체하는 것이다.


경기도 광명시에서 자동차 튜닝샵을 운영 중인 채혁빈(37)씨는 “엠블럼 제거는 간단한 키트나 공구만으로도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종의 작은 튜닝”이라며 “차량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간편하게 내 차 개성을 살릴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최근에는 여성 손님들이 캐릭터모양 엠블럼으로 교체해 달라고 문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매장에서 엠블럼 제거 키트가 2만원 내외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 사진=인터넷 캡쳐

 

엠블럼 제거는 과거 낚시줄이나 스티커 제거제 등을 이용해 이뤄졌는데 최근 들어 수요가 면서 ‘엠블럼 제거 키트’가 따로 출시되기도 했다. 대게 1만~2만원 내외로 저렴하다.

얼마 전 기아차 경차 모닝을 구매한 성아름(28)씨는 “출퇴근용으로 차를 구매했는데, 주차장에 모닝만 5대가 있어 구분이 안 되더라”며 “인터넷에서 엠블럼 제거 키트를 사놨다. 기아차 마크를 제거하고 내 이니셜을 부착할 계획이다. 차 구분도 쉽고 예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수요가 증가할수록 튜닝 인구도 늘어날 것이라 전망한다. 기계화된 대량 생산 체제인 ‘포디즘’을 상징하던 자동차가, 단순 제품을 넘어 차주를 대변하는 하나의 아이템이 되면서 일상 속 ‘작은 튜닝’도 활성화 될 것이란 분석이다.

김필수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장은 “자동차가 단순 탈 것을 넘어 꾸며야할 대상이 됐다. 일본의 경우 튜닝산업이 굉장히 활성화됐는데 한국도 이를 쫓게 될 것”이라며 “자동차 엠블럼 제거의 경우 그 방법도 쉽고 저렴하다. 자동차사들도 고급브랜드 외에는 엠블럼에 그렇게 공을 들이지 않고 있는데, 아마 엠블럼 제거 및 교체가 앞으로는 일상이 되는 날이 올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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