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임원인사서 주목되는 인물…지주회사 인사‧관리, CJ프레시웨이 경영성과 인정
강신호 전 CJ프레시웨이 대표가 CJ 식품사업을 총괄하는 조종석에 앉았다. 표면적으로는 ‘수평이동’이지만 사실상 ‘영전’한 모양새다. 인사‧관리 분야에서 보여준 성과와 CJ프레시웨이 경영성적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12일 CJ그룹이 단행한 임원 인사는 ‘승진파티’라 부를 만하다. 이번 인사로 승진된 사람만 50명이다. 지난해는 33명이었다. 상무 승진자만 29명에 이른다.(관련기사: 이재현 회장 사면 한달…CJ 임원 50명 승진 인사) 하지만 정확히 따지면 이번 인사 대상은 52명이다. 승진이 아닌 ‘이동’ 인사가 있기 때문이다.
CJ그룹에 따르면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장에 강신호 CJ프레시웨이 대표이사(부사장)가 선임됐다. 신임 CJ프레시웨이 대표이사에는 문종석 유통사업총괄 겸 영업본부장(부사장대우)이 가게 됐다. 둘은 기존 직급을 그대로 유지한다.
하지만 강신호 부사장의 경우 사실상 ‘영전’ 인사라는 평가가 많다. CJ프레시웨이와 CJ제일제당의 그룹 내 위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인사이동이라고 나와 있지만 사실상 ‘올라간 것’이다. 식품사업부문장은 CJ제일제당 대표로도 갈 수 있는 꽃보직”이라며 “CJ프레시웨이 대표가 역할이 훨씬 막중한 식품사업부문장으로 직행한 경우도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은 CJ그룹의 명실상부한 모태다.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장은 한동안 공석이었다. 전임자는 이해선 CJ제일제당 총괄부사장이다. 2014년 선임당시 CJ오쇼핑 대표이사였던 이 총괄부사장은 CJ제일제당 공동대표이사 겸 식품사업부문장으로 임명됐었다.
강 부사장이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고려대 후배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1961년생인 강 부사장은 경북 포항 출신으로 고려대 경영학과와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이재현 회장은 1960년생으로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강 부사장은 주로 인사와 전략‧관리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2005년에 CJ주식회사 인사팀장을 맡았고 CJ제일제당 제약전략기획실장, 대한통운 PI(경영혁신)추진실장 등을 거쳤다. CJ주식회사 사업1팀장으로 일할 때는 식품과 식품서비스 전략을 총괄했다. 이후 2013년 CJ프레시웨이 대표에 임명됐다.
재계 안팎에서는 강 부사장이 CJ프레시웨이에서 보여준 성과가 인정받은 결과라는 평가가 많다. CJ프레시웨이의 매출은 지난해 2조원을 넘어섰다. 1조원을 넘어선 지 5년 만이다. 2014년 매출액은 1조 7900억원이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이미 1조 1329억원으로 집계됐다. 식자재 유통과 단체급식 부문 매출액이 두 자릿수 이상 뛰고 있다는 점이 도드라진다.
식자재 업계 특유의 영업이익 부진을 개선시켰다는 점도 경영성과로 인정받는 모습이다. 식자재 유통의 경우 매출에 비해 영업이익이 현저하게 낮다. 업계 내에서는 “1점대 영업이익률”이라는 표현도 돈다.
하지만 지난 2년 간 CJ프레시웨이의 성장세는 좋은 편이다. 강 부사장이 대표로 취임한 2013년 10월 이후 성적이 눈길을 끈다. CJ프레시웨이가 금융당국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년 간 영업이익은 272억원(2014년), 314억원(2015년)이다. 2013년 영업이익은 84억원에 불과했다.
CJ 식품사업 조종석에 앉은 강 부사장 앞에 놓인 현안은 적지 않다. 인구절벽 탓에 쪼그라들고 있는 내수시장의 돌파구를 해외에서 찾아야 한다는 부담도 크다. 공교롭게도 강 부사장은 해외 진출 건으로 식품사업부문장으로서의 행보를 시작한 모양새다.
인사 발표가 있던 12일 CJ제일제당과 CJ프레시웨이는 베트남 국영 유통기업 ‘사이공 트레이딩 그룹(SATRA)’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사이공 트레이딩은 연 매출 2조 3000억원에 71개 자회사를 거느린 업체다. CJ제일제당은 사이공 트레이딩이 보유한 현지 유통망에 CJ존을 설치하는 등 다양한 협력에 나선다. CJ프레시웨이도 사이공 트레이딩 산하 유통망에 국산 신선과일을 독점 공급하기로 했다. 이날 관련 보도자료에는 강신호 부사장 직함이 ‘식품사업부문장’으로 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