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시장 공략·고성능 라인업 성공에 주목
# 외국계 기업에 재직중인 이아무개씨(31)는 자동차를 산지 2년만에 처분했다. 남들 다 사니까 사긴 했지만 사용할 기회가 많지 않아서다. 대신 늘어나는 미래에 대한 고민에 여유 자금을 늘려 주식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자동차 관련 종목에 투자하기가 꺼려진다.
인구구조는 자동차 수요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인구 감소는 곧 소비자 감소를 의미한다. 자동차를 구입할 인구가 줄어들면 즉각적으로 매출액 감소로 이어진다. 더구나 현대차와 기아차가 장악하고 있는 국내 자동차 시장은 패밀리카 중심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면 매출액은 지속적으로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내수 감소의 위력은 이미 지난 6월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 종료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국내 대표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는 7월 국내 4만7879대를 판매해 전년대비 20%나 줄었다. 기아차는 4만4007대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7% 감소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줄어드는 국내수요를 세제 혜택으로 부양하고 있었을 뿐 장기적으로 판매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판매 감소 추이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 한국지엠, 르노삼성·쌍용차 등 완성차 업체 5개사는 8월 한 달 동안 국내 시장에서 총 10만7677대를 판매했다. 수입차를 포함하면 12만4천549대가 판매됐다. 반면 8월 완성차 생산량은 21만7097대다. 문제는 장기적으로 자동차를 구매할 인구가 감소한다는 데 있다.
한국은 저출산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인구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국가로 꼽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합계출산율 순위에서는 10년 넘게 최하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1.24명으로 10년째 1.2명째 수준이다.
저출산이 장기화하면서 한국은 내년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드는 인구절벽에 본격적으로 들어선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생산가능인구는 올해 3704만명에서 3702만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2020년에는 3656만명, 2030년에는 3289만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통계청은 2030년부터는 국내 인구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용옥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전체 인구에서 노인인구 비율을 나타내는 한국의 고령화 비율은 1993년 5.51%에서 2013년 12.22%로 빠르게 증가했다"며 "급속한 고령화를 보였던 일본의 경우도 증가속도 측면에서는 한국보다 낮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국내 완성차 업체 주가는 장기적으로 강세로 돌아서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들어 2010년대 주가 수준에서 횡보를 거듭하고 있다. 기아차 역시 최고치를 찍던 2010년대 초반 주가를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국내 완성차 업체 주가는 장기적으로 새로운 수요층을 창출하느냐에 달렸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중국과 브라질 등 신흥시장에서 고전하면서도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는 이유기도 하다. 국내 시장의 감소가 예정돼 있는 이상 대체할 만한 해외 시장을 확보해야 한다.
이 때문에 국내 완성차 업체 주가는 장기적으로 강세로 돌아서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들어 2010년대 주가 수준에서 횡보를 거듭하고 있다. 기아차 역시 최고치를 찍던 2010년대 초반 주가를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 사진=뉴스1
내수 시장에서 현대차는 일본 완성차 메이커들의 전례에서 방향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보다 앞서 인구 감소를 경험한 일본 완성차 메이커들은 해외 시장과 함께 고성능 자동차 출시로 대표되는 전략을 들고 나왔다. 더 이상 자동차를 당연히 구입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젊은층을 대상으로 운전의 즐거움을 강조하는 전략이다.
현대차 역시 최근 고성능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지난해 4월 알버트 비어만 BMW M 연구소장을 영입해 현대자동차 고성능차 총괄담당(부사장)에 앉혔다. 양웅철 현대자동차 연구개발총괄 부회장은 올해 6월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친환경차 라인업과 고성능브랜드 N에 투자를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연우 한양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8월 글로벌 출고는 부진했다"며 "내수 판매 부진 속에 3분기 실적 기대감은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나 중국 시장에서의 기저효과 및 글로벌 판매 흐름은 긍정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