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보다 이해…“가속페달을 밟아라”
시저테일 서전트라는 물고기가 있다. 부성애가 강해 암컷이 알을 낳으면 수컷은 알을 입안에 품는다. 포식자들로부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부화한 새끼들로 입안이 가득 차 먹이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면 수컷은 새끼를 삼킨다.
적자생존이란 자연 섭리에 따른 귀결이겠으나, 시저테일 서전트는 최근 세대갈등을 넘어 세대전쟁으로까지 비화하는 현 상황을 고스란히 비유한다. 그리고 이 같이 엄혹한 세대 간 갈등을 무마하려는 노력은 끊임이 없었다.
캐딜락 대형 세단 CT6를 타고 곱게 포장된 도로를 달리자니 이 차가 세대갈등 복판을 가르며 세대 간 대치를 연결하는 차인가 싶었다. 극단에 선 두 집단의 요구를 모두 담아 채워가는 지퍼 혹은 상반된 요구를 잇는 실 달린 바늘 같은 차였다.
3.6ℓ 6기통 가솔린 직분사 엔진은 플래그십 세단의 고급스러움 뒤로 숨었다. 최고출력 340마력, 최대토크 39.4㎏·m의 성능도 5m가 넘는 전장에서 풍기는 여유와 풍요로움에 자리를 내어줬다. 군데군데 차체를 가로 지르는 날렵한 선만이 달리기 실력을 얼핏 뽐내고 있었다.
중후한 노년층의 요구와 달리고 싶은 젊은이의 욕구는 실내에 있는 널찍한 좌석으로 수렴했다. 문짝에 붙은 작은 버튼을 누르면 좌석 안쪽에서 안마를 시작한다. 목 받침에까지 내장된 보스 파나레이 사운드 시스템은 곳곳에 달린 스피커와 연동돼 맑고 풍성한 음질로 실내를 채운다.
다만 세대 전체를 아우르는 요구와 욕구의 채움은 조화롭지 않았다. 오히려 차량 앞좌석과 뒷좌석을 갈라놓고 있었다. 센터페시아가 갖춘 터치 방식은 다소 복잡해 운전석에 앉은 젊은층에게나 유용해 보였다. 디스플레이로 연결되는 안마 조작 화면은 만지면 만질수록 복잡해져 사실 안마 받길 원하지 않는다는 무의식으로 이끌었다.
두루 좋아서 고르게 애매했다. 무릇 행복한 가정이란 단 하나의 이유로 충만한 것인데 그게 없었다. 저마다 우월함을 내세우는 각 기능이 아쉽지만 조화보다 충돌을 택하고 있었다.
중후하게 저속을 달리다가 갑자기 왱하고 우는 엔진음이 애써 가린 부조화를 드러냈다. 동승자는 ‘변태 같은 차’라고 평가했다. 중후하지만 중후하지 않은 차였다. 운전석은 달리기를 외치고 뒷좌석은 쉴 것을 주장했다. 말을 듣지 않는 지퍼처럼 애써 잠궜더니 뒤에서 툭 하고 열려버린 느낌이었다.
차이를 인정할 때다. 너무도 다른 둘을 한 공간에 두면 부딪히는 법이다. 조화를 접어두고 마음껏 가속페달을 밟아봤다. 운전대 뒤로 다소곳한 패들시프트가 보였다. 애초에 뒷자리에 앉아 젊은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지켜보라는 뜻을 담았을지 모른다.
큰 차체에도 불구하고 가벼운 무게 덕에 부드럽게 치고 나갔다. 대형 세단 CT6에는 캐딜락이 대형 세단을 위해 개발한 일체형 싱글 프레임 공법을 적용됐다. 차체의 64%를 알루미늄으로 제작하고 접합 부위를 최소화해 동급 모델인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나 BMW 7시리즈보다 100㎏ 가까이 가볍다.
또한, CT6는 3.6ℓ 6기통 가솔린 직분사 엔진이 만드는 넉넉한 힘을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을 통해 안정적으로 노면에 전달한다. 빨려드는 듯한 가속감은 없었다. 하지만 지치지 않는 강한 지구력으로 꾸준하게 밀고 가는 힘이 있었다.
8단 자동 변속기는 꾸준한 가속 아래 기어가 거듭 변속 된다는 걸 거의 느끼지 못하게 했다. 엔진 소리의 변화에 귀를 기울이고서야 기어비의 차이를 알아챌 정도였다.
이밖에 주행 안정감도 뛰어났다. 부드러우면서도 제법 단단한 하체에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이라는 시스템을 탑재해 네 개의 바퀴를 독립해 제어했다. 주행 시 뒷바퀴의 방향을 조절하는 액티브 리어 스티어링은 적용해 큰 차체로 인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충분했다.
또 액티브 리어 스티어링은 상대적으로 묵직하고 큰 핸들을 조작하는 데 따르는 부담을 해소하는데도 작용했다.
연비는 여전히 아쉽다. 경량화에도 불구하고 2톤에 가까운 차체 중량과 사륜구동 방식은 CT6의 공인 복합연비를 ℓ당 8.2㎞(도심 7.2㎞/ℓ, 고속도로 9.9㎞/ℓ)에 머물게 했다. 도심과 고속도로 70㎞ 구간을 달린 후 계기판에 적힌 연비는 ℓ당 8㎞로, 공인연비에 조금 미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