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SDJ "한국 법원의 최종 결정 기다릴 것"…일 법원 수용시 신동주 롯데HD 흔들기 어려워져

경영권 한복판에 있는 롯데그룹 총수일가 삼부자. 신격호(가운데) 총괄회장, 신동주(왼쪽)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빈(오른쪽) 회장. / 사진=뉴스1

 

서울가정법원이 신격호(95) 롯데그룹 총괄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를 결정한 후 일본 법원이 신 총괄회장 정신건강과 관련한 재판을 속개하기로 했다. 일본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서울가정법원 가사20단독 김성우 판사는 지난달 31일 신 총괄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결정을 내리며 치매약 복용사실과 지남력(시간·장소·상황·환경 등 인식 능력)이 상실되거나 부족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와 SDJ코퍼레이션 등에 따르면 일본 법원에서는 지난 7일 신 총괄회장이 롯데홀딩스를 상대로 제기한 해임무효소송과 신동빈(61) 회장이 광윤사를 상대로 제기한 주총 결의 취소 청구 소송 심리가 각각 진행됐다. 이는 한정후견 결정 이전부터 예정됐던 일정이었다.

 

신 총괄회장 해임무효소송 담당 재판부는 이날 6차 진행협의를 진행했다. 이 사건은 신 총괄회장이 지난해 7월 소집된 롯데홀딩스 이사회가 자신을 해임하는 과정에서 소집 통보 없이 진행되는 등 절차를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데서 비롯됐다. 신 총괄회장은 신동주(62)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 소송을 위임했다. 신 전 부회장은 이 사건에 대해 지난해 10월 기자회견 당시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제기한 소송 중 하나라고 밝힌 바 있다.

 

롯데 측은 지난해 11월 진행된 첫 재판에서부터 위임 적법성을 문제 삼았다. 롯데 측은 재판부에 "신 총괄회장이 소송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위임장을 제출한 것 아닌가"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재판부도 이 같은 이의제기를 받아들여 첫 재판은 5분 만에 종료되기도 했다. 위임 적법성을 두고 공방이 계속되는 와중에 재판부는 지난 4월 열린 3차 진행협의에서 "정신건강 문제와 본안심리를 함께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재판 결과는 사실상 경영권 분쟁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한국에서 신 총괄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결정이 내려진 상황에서 정신건강에 의한 소송 각하 역시 별다른 파급력을 줄 수 없다. 반대로 소송이 계속 진행돼 신 총괄회장이 소송에서 승리하더라도, 신 회장이 롯데를 장악한 상황에서 신 총괄회장이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상황이다. 

 

이와 다르게 광윤사 주총 결의 취소 청구 사건은 경영권 분쟁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담당 재판부는 지난 7일 5차 변론준비기일을 갖고 심리를 진행했다. 이 사건은 신 총괄회장이 신 전 부회장에 한 위임의 적법성이 유일한 쟁점이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광윤사 주총에서 신 회장을 해임했다. 

 

당시 광윤사 지분 분포는 ▲신 전 부회장 50.0% ▲신 회장 38.8% ▲시게미츠 하츠코(신동주·신동빈 모친) 10.0% ▲신 총괄회장 0.8% ▲일본 롯데재단 0.4%이다. 신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 위임장을 근거로 지분 과반을 확보해 신 회장을 이사직에서 해임하고 자신의 측근을 그 자리에 앉혔다.

 

신 회장은 신 총괄회장이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상황에서 된 위임은 위법하므로 이사회 결의가 취소돼야 한다고 지난 1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재판 역시 신 총괄회장 건강상태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수차례 변론준비기일만 이어지고 있는 사황이다. 

 

롯데홀딩스는 한국·일본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회사로 현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다. 사진은 일본 도쿄 신주쿠에 위치한 롯데홀딩스 사옥. / 사진=시사저널e

 

재판 결과에 따라 경영권 분쟁의 근간을 뒤바꿀 수 있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 흔들기를 통해 경영권 분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롯데홀딩스는 한국 롯데를 포함한 전체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회사이다. 그는 롯데홀딩스 1대 주주(28.1%)인 광윤사 경영권을 바탕으로 '주총 소집 무한 반복'·'종업원 지주회 공략' 등을 통해 경영권 탈환을 시도하고 있다.
      
광윤사 주총 결의 취소 청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이사회 결의 역시 무효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주식 1주를 넘겨받아 과반을 확보했던 광윤사 지분도 50.0%로 내려간다. 또 대표이사직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광윤사 경영권을 잃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경영권 분쟁의 전선은 롯데홀딩스가 아닌 총수일가 가족회사인 광윤사로 바뀌게 되며 신 전 부회장으로서는 직접적으로 경영권에 위협을 줄 수 없는 위치가 된다.

당장 이들 재판부가 소송 적법성에 결론을 내기는 쉽지 않다는 게 롯데와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의 공통된 예상이다. 한국 법원의 최종 결정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재판부가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 총괄회장도 한정후견 개시 결정에 불복해 지난 2일 항고장을 제출했다. 항고심 결정이 나오더라도 재항고를 통해 3심까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일본 법원 재판부가 전격적으로 위임 적법성을 심리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신 총괄회장이 고령인 데다가 한국 법원의 최정 결정을 기다릴 경우 과도한 소송 지연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신 총괄회장 해임 무효소송 재판부는 소송 과정에서 양측에 한국 법원 결정이 나오면 그걸 토대로 위임 적법성에 대해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 측과 신 전 부회장 측 모두 "결국 재판부가 재량껏 판단 시점을 결정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재경지법 판사는 "실제 판단을 하더라도 번역 등을 고려하면 결정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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