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등장 이후 하락세…게임사와 협력 절실
한국 게임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문화가 PC방이다. 국내에서 PC방을 찾기 어렵지 않다. 길을 조금만 걷다 보면 눈에 띄는 곳이 바로 PC방이다. 특히 PC방은 만남의 장이자 싼 값에 스트레스를 푸는 놀이 공간이다. 그런 PC방 인기가 스마트폰 시대에 접어들면서 빠르게 사그라들고 있다. 또 카페와 공공기관 등에 무료 와이파이(WiFi)가 설치되면서 PC방을 찾는 손님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국내 PC방 산업은 ‘스타크래프트’ 등을 비롯한 PC게임이 크게 인기를 얻으면서 급성장했다. 여기에 1997년 외환위기 사태를 겪으면서 쏟아져 나온 실직자들이 소규모 창업으로 PC방 사업에 대거 뛰어들게 된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는 말 그대로 PC방 전성시대였다.
초중고 학생들 하루일과는 PC방에서 게임하고 나서야 끝나곤 했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기자도 거의 매일 PC방을 들락거렸다. 지금은 PC방에서 줄서며 기다리는 일이 흔치 않지만 당시에는 거의 매일 줄을 서야만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스타크래프트로 시작된 PC게임의 인기는 ‘레인보우식스’, ‘디아블로 시리즈’ 등으로 이어져 갔다. PC방은 계속해서 문전성시를 이뤘다. 특히 한국 정서상, 게임은 집에서 각자 하는 것이 아닌 다함께 모여서 즐긴다는 풍조가 강했다. 덕분에 PC방 매출도 급상승했다. PC방은 2001년 전국에 2만3548곳으로 정점을 찍었다.
PC게임 인기가 하락하자, 이번엔 온라인게임 열풍이 한국을 강타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초고속인터넷이 설치된 가정은 많지 않았다. 자연스레 유저들은 PC방으로 모여들었다. ‘리니지’, ‘뮤’ 등 쟁쟁한 온라인 게임들이 PC방 매출에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국내 PC방 산업은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한 2010년부터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2000년대 초반부터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던 PC방은 이미 출혈 경쟁하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PC방 사용료만 봐도 15년 이상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시간당 1000원에서 머물러 있다. 여기에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PC방 찾는 사람 수는 크게 줄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행한 ‘2015 게임 백서’에 따르면 전국에서 영업하는 PC방은 2010년(1만9014곳)부터 크게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2014년 PC방 숫자는 1만3146곳으로 나타났다. 2001년의 55%에 불과한 수치다.
2010년대부터 가정에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되고 PC 값 하락으로 고사양 PC가 집집마다 들어서면서 PC방 인기는 갈수록 떨어져만 갔다. 출산율 하락으로 학생수가 줄어든 것도 PC방에겐 악재다. 아울러 PC방 사업이 대형화·프렌차이즈화하면서 소규모 1인 창업자들 폐업도 속출하고 있다. 대형 PC방의 물량 공세를 견디기 어려운 탓이다.
게임시장이 온라인게임 중심에서 모바일게임 위주로 재편된 것도 PC방 하락을 부추겼다. 길거리에서 쉽게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어 굳이 PC방에 가야할 이유가 없어졌다.
‘리그오브레전드’, ‘오버워치’ 등 인기 게임 덕에 PC방 손님이 소폭이나마 늘기 시작했다는 의견도 있다. 오버워치가 지난 5월 출시된 이래 PC방 이용시간이 전체적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특정 게임에 의존한 반짝 인기는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다. 이에 PC방들이 미래를 대비해 체질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PC방을 위한 요금 체계와 혜택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사위기에 몰린 PC방을 살리기 위해서 게임업계와 PC방간 협업이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게임사들도 PC방 수입이 적지 않으므로 PC방과 공생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선 PC방에 혜택를 주는 것에 난색을 표한다. 해외 게임업체 관계자는 “PC방은 한국에만 있는 특수 문화”라며 “외국에 출시한 국산 게임의 경우, 한국 PC방 혜택을 강화하면 타 해외 유저로부터 한국만 혜택을 준다는 비난을 들을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