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금융·자영업·고령자 대출 급증, 부채구조 악화…금리인상 등 충격시 부실 위험 커

"가계부채의 양은 늘었지만, 질이 좋아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2일 여야 3당 대표와 회동에서 한 발언이다. 이를 두고 대통령이 민생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재 가계부채는 양이 느는 것뿐 아니라 질도 악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계신용은 지난 2분기말 기준 1257조원을 넘었다. 사상 최대치다. 전분기말보다 33조6000억원 늘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가계부채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저신용자들의 2금융권 대출이 늘고 있다. 생계형 자영업자 빚도 증가하고 있다. 고령층 대출이 느는 것도 대출의 질을 낮추고 있다.

질이 문제가 되는 것은 불경기가 이어지거나 금리인상 등 경제에 조그만 충격이 와도 악성부채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만큼 가계부채 폭탄의 폭발 위험이 감당하기 어렵게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 2금융·자영업·고령자 대출 급증…가계부채 질 악화

2금융권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2분기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전분기보다 10조4000억원 늘었다. 사상 최대 증가액이다.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은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을 포함한다. 비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266조6000억원이다. 전체 가계대출(1191조3000억원)의 22.3%를 차지한다.

저축은행 등 2금융권 대출은 주로 저소득·저신용자들이 이용한다. 은행권의 소득·신용 기준에 미치지 못한 이들이 2금융권에서 고금리로 빌린다. 저축은행의 경우 7월 기준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23.23%다. 1금융권 4.43%보다 5배 높다.

자영업자 대출도 급증하고 있다. 6월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249조7222억원이다. 지난해 6월말 보다 12%(26조8178억원) 늘었다. 특히 개인사업자 가운데 50세 이상의 대출 비중이 늘었다. 50대 이상 대출 비중은 2014년 1월 61.2%에서 지난 6월 63.7%로 2.5%포인트 증가했다.

국회 정무위 소속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 후 생계형 창업에 대거 나서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선진국에 비해 은퇴연령 계층의 소득수준이 낮고 복지제도가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이가 많을수록 가계부채 질도 나쁘다. 만기일시상환 대출 비중이 높다. 2015년 만기일시상환 비중은 50대 가구주가 45.7%, 60세 이상 가구주는 48.8%다. 30세 미만 가구주(14.2%), 30대(27.9%), 40대(33.7%) 보다 높다. 같은 기간 비은행금융기관 대출 비중도 연령이 높을수록 많다. 50대와 60대 이상 가구주가 각각 17.1%, 21.5%다. 30대(6.1)%, 40대(9.4%)보다 두배 이상 높다.

반면 60세 이후 급여 소득은 급격히 낮아진다. 급여 소득은 50대에 정점을 찍고 55세부터 급락한다.

2금융권과 자영업자 대출이 늘고 고령층 부채 질이 나빠지는 것은 소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소득 양극화도 심해지면서 서민들의 빚 문제가 악화했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소득 비율이 20년간 급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하락폭이 두번째로 크다. 지난 3월 OECD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가계소득 비율은 1995년 69.6%에서 2014년 64.3%로 5.3%포인트 감소했다.

지난 5월 통계청 가계동향에 따르면 1분기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 월평균 소득은 906만7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늘었다. 4분위(538만3000원)와 3분위(403만7000원)의 월평균 소득도 각각 0.9%. 1.1% 늘었다. 반면 소득 하위 20% 이내인 1분위 가구 월평균 소득은 141만원으로 2.9% 감소했다. 2분위 가구 소득도 287만원으로 0.9% 줄었다.

◇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가계 부채 부담↑

2금융권 이용자와 자영업자, 고령층은 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조그만 경제적 충격에도 버티기 어렵다. 저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 가능성도 높아졌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달 26일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밝혔다. 옐런 의장은 "견고한 고용시장과 미국 경제전망 개선 등 측면에서 연준은 금리를 인상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최근 몇 달간 금리 인상을 위한 여건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피셔 연준 부의장도 CNBC와의 인터뷰에서 9월 기준금리 인상과 연내 한 번 이상의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해 둘 다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국 기준금리가 오르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따라 올릴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 자금 유출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가계부채의 위험성이 커진다. 갚아야 할 이자가 더 많아진다. 한은에 따르면 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가계 이자부담은 연 1조9000억원 늘어난다. 1%포인트 오르면 이자부담이 7조7000억원 는다.

특히 한계가구의 타격이 크다. 2015년 3월말 한계가구는 전체 금융부채 보유가구(1072만가구)의 12.5%인 134만가구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4만가구 늘었다. 한계가구는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고 원리금상환액이 처분가능 소득의 40%가 넘는 가구를 말한다.

가계대출에서 변동금리 대출이 많은 점도 문제다. 국회 정무위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16개 은행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012년 말 241조2000억원에서 2015년 말 262조3000억원으로 8.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출건수도 333만8000건에서 360만9000건으로 8.1% 늘었다.

집값 하락 가능성도 나온다. 빠른 고령화 속도 때문이다. 한국은 2000년 고령화사회로 진입했다. 전문가들은 2018년 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 18년 걸린다.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빨랐던 일본(24년)보다 짧다. 한국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기간도 8년으로 일본(10년)보다 짧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주택시장 진입세대는 줄고 있다. 주택 주 수요층인 35~54세 가구는 2003년 이후 감소세다. 특히 2015년~2019년 이 연령대 가구는 연평균 8만 가구씩 줄어든다.

손정락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고령층이 금융부채를 갚기 위해 집을 내 놓아도 사줄 사람자체가 줄고 있다. 주택 수요층의 소득 안정성이 낮고 주택가격이 내릴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고 말했다.

집단대출 부실화 가능성도 있다. 2016년 상반기 주택담보대출액은 34조2000억원 늘었다. 이중 34%(11조6000억원)가 집단대출 증가액이다. 2015년 상반기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에서 집단대출 증가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11% 수준이었다.

정부는 지난 2월 시행한 여신심사가이드라인에서 집단대출을 제외했다. 지난 8월25일 발표한 가계부채 대책에서도 집단대출 차주에 대한 소득심사를 적용하지 않았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은 "집단대출은 입주 단계에서 개인대출로 전환한다. 그러나 소득심사를 전혀 안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프리미엄 먹기 위해 빚내서 모이고 있다"며 "입주 물량이 쏟아져서 2018년 집갑 하락 가능성이 높다. 소득이 부족한 사람들이 집을 팔지 못하면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 미국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2018년 한국 금리가 올라 있을 가능성도 높다. 그런 상황에서 채무자들이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가계부채가 질적으로 좋다는 인식은 현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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