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건축물 중 33%만 내진설계

지난 12일 밤 경주에서는 대규모 지진이 2차례 일어나는 등 계속적인 여진으로 인해 시민들은 불안해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지난 12일 저녁 경북 경주시에서 관측사상 최고인 규모 5.8의 지진 발생으로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아파트는 갈수록 고층화되는데 가장 안전하고 편안해야 할 집이 안전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지진 발생시 건축물의 안전을 담보하는 내진설계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국 내진설계 대상 건축물 중 내진설계가 적용된 건축물은 33%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건축물 698만6913동 중 내진확보가 된 건축물은 47만5335동으로 6.8%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현행 건축법에 따른 내진설계대상 건축물로 한정해도 143만9549동 가운데 내진설계가 적용된 건물은 47만5335동이어서 내진율이 33%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우리나라 내진설계 비율이 낮은 이유로는 비교적 낮은 지진빈도와 급속한 산업화·도시화에 따른 제도미비가 주된 이유로 꼽힌다. 200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지난 1978년 발생한 홍성지진(규모 5.0)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중·대형 지진은 발생하지 않았던 만큼, 정부가 좀 더 꼼꼼한 내진설계 가이드라인 마련에 무관심했던게 사실이다.

제도상의 미비점도 적지 않다. 국내 건축물에 내진설계가 의무화 된 것은 정부수립 후 40년이 지난 1988년이었다. 이 조차도 6층 이상, 연면적 10만㎡ 이상의 건축물에만 해당되는 규정이었고, 2015년이 돼서야 3층 이상, 연면적 500㎡의 건축물로 규정이 강화됐다.

이러한 이유로 1988년 이전에 건축된 대부분의 건축물들은 지진에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실제 비교적 최근 도시가 조성된 세종·울산시의 경우 내진설계율이 각각 50%, 41%에 달했지만, 도시 형성시점이 상대적으로 이른 서울과 부산은 각각 27.2%와 25.8%로 현격히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와 함께 구조적 분석에 따라 내진설계 여부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편의에 따라 내진설계 건축물을 선정하는 현 방식도 문제로 꼽힌다. 다시 말해 6층 이상은 내진설계를 하게 돼 있고 5층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수치화 된 규제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건축도시공간연구소는 지난 6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국내 내진설계나 내진보강 기준에 건축물의 재료강도나 구체적인 특성, 지진발생 강도와 같은 국내 실정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추석 후 진행될 국정감사와 예산편성 정국에서는 잦아지는 지진에 따른 내진설계 확대 여부도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전 의원은 "올해에만 우리나라에서 30여차례의 지진이 발생해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라고 할 수 없다"며 "건축물에 대한 내진확보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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