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법적 의무 없고 계약자 개인정보 알 길 없어"
휴면 금융재산 잔액 중 휴면 보험금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보험사가 고객 돈을 차지하고 돌려주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험사가 고객의 보험금을 돌려줄 의무도 없어 제도 개선도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말 금융권 휴면 금융재산 잔액은 총 1조3680억원이다. 이 가운데 휴면보험금(7540억원)이 절반을 넘는다. 휴면 예금(1886억원), 휴면성 신탁(2301억원), 미수령주식·배당금(867억원)이 그 뒤를 이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6월부터 1년간 '휴면 금융재산 주인 찾아주기' 캠페인을 펼쳐 주인에게 돌려준 휴면 금융 재산은 7020억원이다. 이 중 휴면보험금이 85.5%(5992억원)를 차지했다.
휴면보험금은 보험에 가입했다가 보험료 납입 중단으로 해지됐거나 만기 후에도 오랫동안 찾아가지 않은 보험계약 환급금을 말한다. 보험사에서는 이를 보관하고 있다가 고객과 연락이 되면 돌려주게 돼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은 10년 이상 장기 상품이 많아 과거 찾아가지 않은 돈이 묶여 있어 보험금 비중이 가장 많은 것 같다"며 "다른 금융재산 보다 휴면보험금 규모가 큰 것은 예금이나 주식에 비해 보험이 계약기간이 길어 고객 정보 정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사는 보험 가입자가 주소를 자주 옮기거나 계약자 사망 등으로 연락이 되지 않을 경우 보험금을 돌려줄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고객이 이사를 가거나 연락처를 바꾸는 등이 보험 계약 기간 중 흔하게 발생한다"며 "계약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가족들이 보험 계약 사실을 몰라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휴면보험금이 클수록 연체이자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서도 부담"이라며 "다만 보험사가 연락되지 않는 고객 정보를 찾아 보험금을 찾아주기도 어렵다. 그럴 법적 의무도 없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1월 신용정보원이 설립되면서 보험협회가 보험 가입자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신용정보집중기관 지위를 잃었기 때문이다. 이에 보험업계는 가입자가 주소 이전 등으로 연락이 닿지 않을 경우 고객 정보를 이용해 보험금을 돌려줄 수 있는 방법이 없어졌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가 과거에는 만기가 지난 보험금에 대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율을 매겨 가입자들이 보험금을 바로 타가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금감원에 따르면 휴면 금융재산 상당액이 휴면보험금에서 누적되는 만큼 보험사가 고객 돈을 방치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고객을 찾아 휴면 보험금을 돌려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휴면금융재산이 많은 보험사가 계좌 사전등록제 안내를 강화해 지급계좌 등록률을 높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를 통해 보험사가 보험계약 신규모집과 기존계약을 대상으로 만기휴면 보험금이 발생하면 보험금 청구가 없어도 지정한 계좌로 자동 이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하반기에 금융업권별 협회를 중심으로 '휴면금융재산 찾아주기 캠페인'을 위한 TF를 구성할 예정"이라며 "오는 12월부터 자신 명의의 모든 계좌를 한 번에 조회하고 해지할 수 있는 계좌통합관리서비스(어카운트인포)를 준비으로 휴면 재산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