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중국 등 신흥국, 해외 부동산 관련 자산에 투자자 수요 늘어
국내 증시에서 펀드 자금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코스피가 최근 연고점인 2070선까지 올랐지만 연속적인 펀드 환매로 주가는 다시 내리막으로 돌아섰다. 반대로 비과세 해외 주식형펀드, 베트남·중국 등 신흥국 펀드, 부동산 관련 펀드에는 자금이 몰리고 있다. 국내 시장 대비 해외 펀드 수익률에 대한 기대감이 지속하면서 투자자 선호가 강하게 형성된 것으로 분석된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843억원이 순유출됐다. 324억원이 들어오고 1167억원이 펀드 환매로 빠져나갔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 순유출은 29거래일 연속으로 이 기간에 빠져나간 금액만 2조2063억원에 이른다. 이처럼 장기간 자금 순유출이 이어진 것은 2013년 8월 28일부터 그해 11월 4일까지 44거래일 연속 자금이 빠져나간 이후 처음이다.
이 같은 현상은 코스피가 더 이상 상승하기 어렵다고 보는 펀드 투자자들이 수익 실현을 위해 환매에 나서면서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피는 올해 6월 24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찬반 투표일 이후 상승 가도를 달렸다. 코스피는 이날 장중 1892.75를 기록했으나 이달 7일 장중 연고점인 2073.89까지 약 9% 올랐다.
실제 지수는 상승했지만 기관 중 펀드 등을 운영하는 투신의 매도세는 강했다. 투신은 6월 24일부터 이달 12일까지 8거래일을 제외한 모든 거래일에 순매도로 일관했다. 이 기간 기관은 총 4조8579억원을 순매도했는데 그 중 투신은 2조9915억원어치를 시장에 내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수가 오를 때마다 펀드 환매가 나오는 것은 그만큼 국내 증시의 매력이 크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박스권 상단을 뚫고 지속적으로 지수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매수와 더불어 펀드 자금 유입이 지속돼야한다”고 밝혔다.
반대로 금융투자업계의 마케팅 등에 힘입어 해외 펀드에는 자금이 머물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 순유출이 29거래일째 일어난 지난 8일 해외 주식형 펀드에는 47억원이 순유입됐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이 9월 2일에서 9일까지 집계한 해외 펀드 자금 동향에 따르면 해외 공모펀드 자금을 다소 줄었지만 해외주식혼합형과 해외채권혼합형의 설정액은 각각 100억원, 31억원 증가했다.
특히 해외 부동산 관련 펀드는 자금 유입이 급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국내에 설정된 해외 부동산 유형 공·사모 해외투자펀드 잔액은 16조8458억원으로 지난해말 11조2779억원보다 5조5679억원(49.4%) 급증했다. 펀드 수는 189개에서 242개로 늘었다. 부동산 해외투자펀드가 처음 설정된 2006년 말 설정잔액(2333억원)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70배 넘게 증가한 셈이다.
해외 펀드 인기는 올해 2월 도입한 비과세 해외주식형 펀드 판매액에서도 드러난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비과세 해외주식형 펀드 계좌는 총 19만4029개, 판매액은 7894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2월 29일 출시된 이 펀드는 한 달 만인 3월 말 2508억원의 판매 잔고를 기록했다. 이후 4월 1633억원, 5월 1315억원, 6월 1000억원이 새로 유입됐지만 7월 들어 유입액이 224억원으로 주춤했다. 하지만 지난 달 1201억원을 끌어모아 월간 유입액 1000억원대를 회복했다.
투자 국가별로는 중국이 1613억원으로 가장 비중이 컸고 그 다음이 베트남 1257억원, 글로벌 1033억원, 미국 244억원 순이다. 펀드 상품 비중도 이들 국가와 비례했다. 투자 설정액은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가 1062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피델리티글로벌배당인컴(822억원), 삼성중국본토중소형FOCUS(484억원), 이스트스프링차이나드래곤AShare(354억원), KB중국본토A주(302억원)가 그 뒤를 이었다.
이 같이 국내 자금이 일부 해외 펀드로 몰리는 이유는 기대 수익률이 큰 까닭이다. 실제 비과세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 삼성중국본토중소형FOCUS와 KB중국본토A주의 최근 6개월 수익률이 각각 22.4%, 16.4%에 달했다. 삼성CHINA2.0본토와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는 같은 기간 각각 14.7%, 13.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부동산 펀드도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해외 부동산 펀드의 경우 저금리 기조가 시작된 2011∼2012년 이후 성장 속도가 빨라졌다"며 “저금리 시대에도 전통적인 투자 상품인 주식이나 채권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자 임대 수익을 통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성과를 거둘 수 있는 부동산 펀드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