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LG하우시스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 승리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을 두고 LG그룹 계열사 간 벌인 소송에서 LG화학이 LG하우시스에 승리를 거뒀다. 표면적으로는 두 회사 간 다툼이었지만 실상은 두 회사 모두 법원 판결을 통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한다는 데 의의를 뒀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LG화학이 LG하우시스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LG하우시스가 LG화학에게 1억10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두 회사 간 분할 계획서와 합의서는 분할 전 부당 공동행위와 그로 인해 분할 후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으면 이를 내부적으로 피고가 모두 부담하기로 하는 규정으로서 유효하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이번 사건은 2011년 5월 공정위가 13개 벽지 제조·판매업체들이 2004년 3월부터 2009년 7월까지 가격을 담합했다며 이 중 9개 제조·판매업체들에게 과징금 193억원을 부과하며 시작됐다. 당시 LG화학은 두 번째로 많은 과징금 66억 2200만원을 처분받았다. LG하우시스는 4억1000만원을 부과받았다. LG화학과 LG하우시스는 공정위 처분에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LG화학은 2013년 1월 LG하우시스를 상대로 구상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LG하우시스는 LG화학 산업재 사업본부가 2009년 4월 분할 독립한 회사였다. LG화학은 분할 전 산업재 사업본부에서 저지른 담합인 만큼 LG하우시스가 과징금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분할 전 작성된 분할계획서와 분할 후 작성된 양 회사 간의 합의서를 근거로 제시했다.
이들 문서에는 "분할기일 이전 행위나 사실로 인해 그 이후 발생·확정된 채무에 대해선 원인이 되는 행위나 사실이 산업재 사업본부에 관한 것이면 LG하우시스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하지만 LG하우시스는 "분할 전 부당한 공동행위를 이유로 과징금이 부과되기 전까지는 단순 사실행위만 존재할 뿐이다. 과징금 관련해 분할되는 회사에 승계 대상이 되는 어떠한 의무 내지 우발채무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며 분할계획서와 합의 효력이 없다고 맞섰다.
1심은 분할계획서 합의 내용이 상법을 벗어나 효력이 없다며 LG하우시스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2심은 "작성된 분할계획서와 양사 간 합의가 자산과 채무의 합리적 분배를 도모하기 위한 사적 자치 영역으로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왔지만 이번 소송의 주목적은 애초 두 회사가 법원 판단을 통해 분할 회사 사이의 책임 경계를 분명히 하는 데 있었다. LG화학 관계자도 "양사는 주주가치 제고와 분할 회사 간의 명확한 선례를 남기기 위해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분할 사업본부의 분할 전 행위로 인한 과징금 납부가 자칫 회사와 주주에 대한 배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법원 판결을 통해 이를 명쾌히 정리됐다.
LG화학은 이번 소송에서 66억 2000만원 중 1억 100만원을 명시적으로 일부 청구했다. 민사 사건 1심 합의부 배당 기준 소가 1억원(지난해 2억원으로 상향)을 겨우 넘는 액수로 이를 통해 인지대를 크게 절약할 수 있었다. LG하우시스 역시 2심 패소 후 청구 금액이 아닌 과징금 전체 금액을 LG화학에 선지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