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그린북…소비·투자 줄고 수출은 늘어
6월 말 승용차 개소세 인하가 종료되면서 내수부진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소매판매가 감소세로 돌아섰고 투자 증가폭이 줄어드는 등 내수는 성장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다. 수출은 20개월 만에 반등했지만 내수부진 탓에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이 낮아지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8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9월 최근경제동향(그린북)에 따르면 7월 고용은 조선·해운업 등 취약업종 구조조정의 영향을 받아 제조업 고용 부진이 심화되며 취업자 증가폭이 다시 30만명 아래로 축소됐다.
고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았다. 소매판매는 3개월 만에 또 감소세로 돌아섰다. 7월 소매판매는 승용차 개소세 인하 종료 후 승용차 판매가 크게 줄어들면서 내구재 중심으로 감소(1.1→-2.6%)했다.
이에 따라 8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상승률이 하락(0.7→0.4%)했다. 기재부는 전기요금 누진제 일시적 완화 영향이 컸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기요금보다는 민간소비 위축으로 인한 고질적인 내수부진이 드러난 것이라며 디스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1.3%)부터 계속 낮아지고 있다. 연평균 물가상승률도 2011년 4.0%였지만 지난해 0.7%까지 대폭 하락했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물가하락은 일시적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 근본적으로 민간 소비가 부진하다. 6월까지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등 정책 효과로 물가를 지탱해왔지만 개소세 인하가 종료되면서 바닥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7월 설비투자 11.6% 줄어
설비투자 감소율은 2003년 1월 이후 가장 컸다. 7월 설비투자는 자동차 등 운송장비 투자가 급감하면서 크게 감소(4.8→-11.6%)했다. 자동차 개소세 인하가 끝나면서 자동차 구매가 급감한 결과다. 건설투자는 공공부문이 줄어들면서 증가폭이 3.9%에서 1.3%로 줄어들었다.
7월 전산업생산은 광공업 등에서 증가했지만 서비스업, 공공행정에서 생산이 줄어 지난달보다 0.1% 감소했다. 광공업 생산은 올림픽 특수, 전월 감소에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반등(-0.4→1.4%)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도소매업 감소, 주식거래대금 감소, 폭염에 따른 야외활동 위축 탓에 영향으로 감소세(1.0→-0.7%)로 돌아섰다.
8월 수출은 조업일 증가, 선박수출 호조 덕분에 지난해 1월 이후 20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전년동월대비 수출 증가율은 7월 -10.3에서 8월 2.6%로 반등했다.
8월 국내금융시장은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옐런 연준의장 연설 등)이 떠오르면서 주가가 하락하고 국고채 금리는 상승했다. 하락세였던 원/달러 환율도 옐런 의장 연설 후 반등하여 하락폭이 축소됐다.
8월 주택시장 매매가격은 재건축 호조세 등으로 지난달보다 상승폭이 확대(0.04→0.07%)됐다. 전세가격은 입주물량 증가 등의 영향으로 안정세를 유지(0.08→0.08%)했다.
경기동행지수(순환변동치)는 건설기성액, 광공업 생산지수 등 호조로 지난달보다 0.4포인트 올랐다. 선행지수(순환변동치)는 건설수주액 증가 등으로 지난달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향후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구조조정 등 대내외 하방위험 요인이 상존한 가운데 경기회복세가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금융 · 외환시장 영향과 국내외 경기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추경 등 재정보강 대책을 신속히 집행하고 소비·투자 활성화 대책도 차질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