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뽕라면·부대찌개라면·가정용 간편식 등… “경제적‧시간적 탓에 ‘본격요리’ 어려운 이들 정확히 공략”
라면 광고도 ‘요리’를 내세우는 시대다. 유명배우가 출연한 한 짬뽕라면 광고는 아예 중국식당에서 파는 6000원짜리 짬뽕보다 낫다는 점을 대놓고 드러낸다. 최근 부대찌개라면의 인기도 이 분위기 덕을 본 모양새다. 간편식의 무한확장도 같은 맥락이라는 시각이 많다. 경제적‧시간적 이유로 ‘본격’ 요리를 해먹기 어려운 이들의 사정을 정확히 공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최근 ‘간편한 요리’를 강조한 제품이 속속들이 많아지는 모양새다.
라면 시장에서는 때 아닌 부대찌개 전쟁으로 난리다. 지난달 1일 가장 먼저 부대찌개면을 내놓은 농심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농심에 따르면 ‘보글보글 부대찌개’의 4주 간 매출액은 50억원으로 집계됐다. 라면시장 10위권 수준이다.
특히 더위가 극에 달했던 8월 셋째 주말(8/20~21) 한 대형마트에서는 8600만원어치가 판매돼 라면 4사의 프리미엄 짬뽕라면 제품 전체 매출(4700만원)을 2배 이상 웃돌았다.
농심을 치열하게 추격하는 오뚜기도 지난달 18일 ‘부대찌개라면’을 내놨다. 조리 후 넣는 ‘부대찌개 양념소스’가 눈길을 끈다. 이달 들어서는 팔도까지 이 시장에 가세했다.
업계에서는 부대찌개라면 전쟁을 프리미엄 짬뽕전쟁 2라운드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라면 3사의 마케팅 강조점도 모두 ‘요리’에 찍혀 있다. 실제 블로그와 SNS 등 온라인 공간에서는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했다’라는 의견보다 ‘본인만의 프리미엄 라면 제조 레시피’를 공개하는 글들이 훨씬 많다. ‘식사대용’보다 ‘든든한 한끼’로 바라보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분위기 덕에 업체들도 생산가가 높은 제품을 자신 있게 내놓는 경향이 더 강해졌다. 3사의 부대찌개 라면은 각기 사골육수와 숙성 양념장 등으로 차별화를 내세우는 모양새다.
간편식 시장의 무한 확장도 ‘간편한 요리’에 대한 열망을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닭고기전문업체 하림은 간편식 브랜드의 이름을 아예 ‘밥은 요리다’로 정했다. 주로 파는 제품은 ‘안동식 찜닭 볶음밥(450g)’, ‘춘천식 닭갈비 볶음밥(450g)’, ‘황등식 비빔밥(430g)’ 등 가정간편식(HMR)이다. 동원산업도 생선구이브랜드 ‘동원간편구이’를 이달부터 8종으로 확대 출시했다.
가정간편식의 원재료를 제공하는 식자재업체도 덩달아 수혜를 입는 모양새다. CJ프레시웨이는 올 상반기 HMR 원료용 식자재 유통으로만 90억원의 매출을 거둬들였다.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5% 이상 성장한 수치다. CJ프레시웨이는 주로 컵반, 즉석탕, 편의점 도시락 등의 제품을 만들 때 사용하는 원료를 제조 공장으로 납품한다.
이에대해 CJ프레시웨이 유통영업본부 관계자는 “소비자 입맛이 까다로워지면서 원재료에 대한 품질에도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에 HMR 제조사에서도 양질의 원재료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며 “가정간편식 시장은 꾸준한 성장곡선을 나타낼 것으로 보여 원재료 공급도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먹거리 담론과 음식문화 현상으로 박사논문을 쓴 강보라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요리를 해먹고 싶지만 주머니 사정 탓이든 바빠서든 요리에 시간을 투여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안정적인 대체재가 생긴 것”이라며 “특히 이런 제품들은 끼니를 때우기보다 간단하게나마 요리를 해먹고 있다는 심리적 만족감을 준다”고 풀이했다.
강 연구원은 “고급화 된 라면은 다른 재료와도 곁들여 먹을 수 있어 이 수요에 딱 들어맞는다. 이 때문에 최근 SNS 공간 등에서는 이 간편한 제품들을 다시 본인의 레시피로 재조합해 올리는 글도 많아졌다”며 “단순히 저렴한 ‘한끼’가 아니라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심리적 효능과 포만감을 정확히 공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